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희 Nov 17. 2023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6)

장내기능시험을 한 번에 통과한 덕인지 도로주행교육은 그렇게 긴장하며 시작하지는 않았다. 대신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살짝 빡치긴 했다.


장내기능교육을 받을 때 가장 먼저 골치를 썩었던 것이 차선 유지였는데, 막상 도로로 나오니 차선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유지가 되었다. 장내기능교육에선 도로 중앙에 워셔액 분사구를 맞추는 세심함을 발휘했건만 막상 도로주행일 때는 워셔액 분사구도 없는데도 차선 유지가 되니 좋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강사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어? 그거 교육할 때 다 이야기해 주는데 안 해 줬어?"라고 반문했다. 그때 내가 대번 떠오른 건 6만 6천 원짜리 추가교육 비용이었다. 망할! 그것만 알려줬어도 추가교육 안 받았을 텐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도 맨 먼저 한 말이 "아까워라! 6만 6천 원!"이었다. 피는 정말 물보다 진하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다.




도로주행교육을 받으며 내가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


1. 운전하는 내가 최고 무섭다.


긴장을 안 한다고 하여 운전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 자체를 가장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도로 위의 시한폭탄 같달까? 내가 뭔 짓을 할지 나도 모르겠단 심정이었다. 아닌 말로 그냥 잘 가다가 갑자기 옆 차를 들이박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 정도인데 주변에 같이 운전한 사람들은 얼마나 그랬을까. 그래도 그나마 안심되는 건 내가 뭔 짓을 해도 알아서 주변 차들이 피해 갈 것이란 믿음이었다. 실제로 내가 버벅거리니까 알아서들 피하고, 추월하면서 가더라.


2. 같이 교육받는 사람들도 무섭다.


같은 시간대에 여럿이 교육을 받다 보니 코스가 같은 경우에는 몇 대의 교육용 차가 줄줄이 사탕으로 함께 움직였다. 난 그게 은근 공포였다. 내가 서툴러서 헛 짓을 한다고 해도 주변에 다 능숙한 사람이 있을 때에는 알아서 피해 갈 텐데, 같이 교육받는 사람들이 줄줄 있으니까 앞 차 혹은 뒷 차가 어떻게 할지 감도 못 잡겠고, 그걸 대처할 능력도 없는 나에게 진짜 시한폭탄 줄줄이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 차가 유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바로 뒤에 따라오던 나도 곤란한 상황도 처하게 됐고, 너무 앞 차가 늦게 가는 바람에 신호에 줄곧 걸리기도 했다.


3. 오토바이, 자전거가 싫다.


운전하기 전부터도 오토바이, 자전거가 운전할 때 빙해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운전하기 시작하니까 최고 싫은 게 오토바이랑 자전거였다. 오토바이는 작아서 내 앞에서 요리조리 돌아다니질 않나, 갑자기 확! 하고 내 앞으로 추월하지를 않나, 나도 불안해 죽겠는데 옆에서 자전거가 같이 달리고 있으면 그것대로 신경 쓰였다.

 



도로주행교육을 받는 6시간 동안 차선변경은 계속 어려웠고, 좌회전과 우회전할 때 핸들 사용이 다소 덜그럭거리는 감이 있기는 했지만 별달리 문제없이 어떻게 잘 마쳤다. 마음에 여전히 감을 못 잡는다는 불안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내 도로주행시험 날짜였다. 보통은 도로주행교육 마지막 날에 바로 치르거나 그다음 날에 시험을 본다. 그런데 나는 그때 여러 가지 일이 겹쳤던 고로 도저히 바로 시험을 치를 수가 없어서 일주일 후에나 시험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최악의 수를 두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