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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Nov 18. 2023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7)

나는 운전면허증을 따기 전부터 이런 생각은 항상 했다. 


내가 피해자가 될지언정 가해자가 될 일은 없다고. 운전을 안 하니 접촉사고를 낼 리도 없고, 인명사고를 낼 일은 더욱더 없다. 차에 치이면 치였지, 내가 치진 않을 것이란 명백한 사실은 충분히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운전자는 자신의 몸상태나 심리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전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항인 터라 본인이 아니다 싶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 오래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이러한 관념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도로주행시험 당일, 내 기도는 이상하게도 합격 기원이 아니라 "제발 사고 안 나게 해 주세요"였다. 그냥 뭔가 마음에서 계속 불안했다. 도로주행교육과 시험일의 일주일의 텀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일주일 내내 운전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았고, 감이란 감은 다 떨어져 있는 상태에 가능할까 싶었다.


그래서 중간에 시험을 취소하고, 추가교육 후에 시험을 볼까도 고민했지만 나는 차선변경과 좌회전, 우회전이 애매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부분이 서툰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불안한 마음에도 강행했다.




시험 당일, 운전석에 일주일 만에 앉았더니 모든 것이 낯선 동시에 머리가 새하얘짐을 느꼈다. 대충 외운 도로주행 코스도 함께 저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정신없는 상태였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손도 부들거렸다. 감독관마저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다.


뉴스에서 많이 듣긴 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헷갈려서 사고가 나는 것을 말이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도 나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사람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은 차마 못했던 것 같다.


가다가 적색 신호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차가 앞으로 쭈욱 하고 나갔다. 나는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고, 몸이 앞으로 휘청거리면서 섰다. 바로 감독관과 참관자를 향해 "어디 안 다치셨어요?!"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감독관은 이런 일에 이골이 났는지 무척 태평했지만 표정에선 어이상실이 대번 드러났고, 한마디 했다.


"실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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