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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Nov 19. 2023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8)

실격 후에 추가교육을 신청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 사뭇 고민했다. 내가 과연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가.


도로주행교육을 받는 동안 단 한 번도 엑셀과 브레이크를 혼동한 적도 없었는데, 시험 당일에 그런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마치 나는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다행히 그때 내 앞에 차가 없었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도 인명피해도 생기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상만 해도 식은땀 나는 상황이었다.


추가교육 담당 강사에게 첫 번째 도로주행시험 떨어진 사유를 푸념하듯 이야기를 하니 "일주일은 좀 아니네. 감 다 떨어지지."였고, 이런 실수를 하는 내가 운전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에는 "긴장하니까 그렇지.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운전할 사람 없어"라고 위로해 주었다.


추가교육을 받는 동안에 이렇다 할 문제가 없다가 마지막 코스 돌 때에 문제가 생겼다.  커다란 트럭이 끼어들어 오는데 나는 순간 그 몸집에 당황해서 왼쪽으로 핸들을 틀으려고 한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놀란다고 왼쪽으로 핸들 꺾으면 사고 난다고 듣긴 했는데,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냥 그런가 보다 대수롭게 여겼는데 이게 그럴 일이 아니더라. 그래도 정신 반짝 차리고 브레이크를 간신히 밟아서 아무 일도 없었지만, 가슴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지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바로 행동으론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쳤고, 강사는 긴장만 안 하면 문제없이 합격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이번엔 감도 잡았고, 코스도 첫 번째 시험과 달리 모두 외워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이번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 팍팍 들었다.


랜덤으로 배정되는 시험 코스 중에서 가장 쉬운 코스가 당첨됐다. 같이 시험을 보는 참관자가 부러워했다. 문제는 하필 이 코스가 방금 전 사고가 날 뻔했던 코스라 나는 안 되길 빌었다. 막상 배정되니 살짝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맘을 다잡았다.


시험을 보려고 운전석에 자리를 앉으니 심장이 정말 얼마나 뛰던지... 이따금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운전했다. 교육받는 내내 정차할 때마다 중립 기어를 넣는 것을 고질적으로 빼먹곤 했는데, 이번엔 정신 바짝 차리고 정차할 때마다 중립 기어를 꼬박꼬박 넣고, 신호도 잘 살피며 브레이크와 엑셀을 잘못 밟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면서 진행했다.


드디어 마지막 우회전 코스에 도달했다. 구부능선을 넘기 일보직전이었다. 여기만 통과하면 이후에는 직진뿐이라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시험을 볼 때에는 우회전하기 전에 반드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직진하고 있는 차들의 상태를 보고 잘 합류해야만 감점이 없다. 나는 공식대로 이행했다. 다만 왼쪽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다. 결국 안전봉을 박기 전까지 갔고, 바듯이 브레이크를 잡긴 했지만 감독관은 사고 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실격을 통보했다.


그 순간 긴장해서 엄청 뛰던 심장이 싹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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