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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Nov 21. 2023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10)

도로주행시험 3번째 시험 전 날에 친척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는 스피커폰으로 받았기 때문에 나에게 다 들렸다. 통화의 요지는 운전면허는 제대로 따고 있는 것 맞냐며, 왜 이렇게 소식이 없냐는 것이었다. 엄마는 내 눈치를 은근슬쩍 보면서 2번의 도로주행시험 떨어져서 내일 3번째 시험을 본다고 말했다. 친척은 하~ 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주행 볼 때 나도 바들바들 떨면서 봤는데. 코스도 못 외워 가지고 말이야."


순식간에 극렬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내 마음이 조금 몽글몽글해졌다.


"근데 어찌어찌 한 번에 합격했지."


엄마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실실 웃기 시작했고, 내 입에선 '에이씨!' 소리가 나왔다. 진짜 내 주변엔 뭐 이렇게 운전면허 한 번에 취득한 사람이 많은지... 치사하고 더러워서!




추가교육을 받으러 가는 길은 창피했다. 아니, 쪽팔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2번째 도로주행시험 보기 전에 강사가 나에게 "오늘 이후로 얼굴 보지 말자"라고 했는데, 또 얼굴 볼 생각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만나서 이번엔 왜 떨어졌는지에 대한 한풀이가 이어졌고, 강사는 내가 실격한 곳에서 많이들 떨어진다며 아깝다고 했다. 내가 장내기능시험만으로 운전면허증을 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강사는 "살인 면허증 받아서 뭐 하게?"라고 했고, 내가 도로주행시험을 보는 때에 도로에 차 한 대도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시골에서 따면 가능하지~ 라고 했다. 내가 눈을 반짝거리며 시골에서 따면 그렇냐고 반문했더니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그렇게 따면 서울에서 운전 못 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번에 붙을 생각이나 해"라고 일갈했다.


2시간의 교육을 마치고 나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번에 떨어진다고 해도 더 추가교육을 신청하지 않고, 시험만 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강사는 "붙을 거니 걱정 말고 도로 연수받으러 와~" 하면서 식사하러 가셨다.




이번에 내 순번이 4번째로 꼴찌였다. 앞에 2명의 사람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3번째로 볼 사람과 1시간 정도 바깥에서 계속 대기했어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둘이서 한탄의 시간을 보냈다. 나와 함께 시험을 보는 사람도 친정 엄마도, 남편도, 친구들도 도대체 왜 그걸 못 따냐며 타박한다고, 안 따고 싶어서 안 따는 게 아닌데 계속 무안을 주니 사람이 참 말이 아니라고 나와 똑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그걸 들으면 다 주변이 똑같구나 싶었다. 아무나 따는 자격증이라고, 정말 스트레스를 이만저만 주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게 랜덤으로 배정된 코스는 두 번째로 어려운 코스였다. 속으로 '내 팔자가 그렇지 뭐~' 하면서 운전을 시작했다. 여전히 심장은 빨리 뛰어서 중간중간 심호흡을 하면서 진행했고, 실격만은 면하겠노란 맘으로 운전을 했다. 합격에 대한 마음은 내려놓았지만 한편으론 이번엔 뭔 일 있어도 붙을 것 같다는 묘한 확신도 있었다.


이윽고 시험 종료지점에 도달했고, 드디어 내 응시표에 합격도장이 찍혔다. 10월 안에는 무조건 운전면허증을 따야 한다는 내 계획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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