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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Nov 26. 2023

사진의 만족성

나는 셀카조차도 거의 찍지 않은 사람이고, 사진에 대한 인식이 좀 약한 사람이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 하고도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항상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야 "아! 사진!"하고 외치는 유형이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말은 부지런히 하면서 행동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이런 내가 사진관에서 사진 찍을 일은 더 없다. 웬만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 와야만 찍게 되는 것이 바로 사진관에서 찍는 사진인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더군다나 증명사진은 잘 나오기는 힘들다. 일상적으로 찍은 사진에선 아무 문제없는 내 얼굴이 정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원본사진을 보면 내 얼굴이 이미 비대칭인 것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얼굴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사진의 보정기술로 살그머니 덮어진다. 정말 선의의 거짓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나는 사진의 보정기술을 말하고 싶다. 피부도 깨끗해지고, 비대칭한 얼굴도 잡아지고, 삐죽 나온 잔머리도 말끔하게 정리된다.




나는 7년 만에 여권사진을 찍으며, 사진사에게는 너무 맘에 든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기준이 7년 전에 찍은 여권 사진이기 때문이다. 7년 전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젊은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었다. 


이번에 찍은 사진은 너무 피부가 새하얗다 못해 도자기 피부로 만들어 놓은 데다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눈이 7년 전보다 좀 더 작아져 있었다. 그리고 7년 전의 사진엔 잔머리며 뭐며 깔끔하게 정리해 줬는데 이 사진사는 세심하게 다 처리하지 않았더라.


계속 7년 전 사진과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니 우울해진다. 나이 든 것도 사진에 드러나는 것 같고, 2만 5천 원이란 돈을 들였음에도 내 맘에 흡족하게 나오지 않은 사진을 보면 볼수록 한숨이 절로 나오고, 다른 사진관을 가서 한 번 찍어봐야 하나란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나는 원본사진을 봤기 때문에 이 사진이 얼마나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만이 생기는 것에, 나는 알았다. 7년 전의 보정하는 방식이 더 내 취향이란 것을 말이다.


사진사마다 보정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고, 선호하는 방향도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나는 7년 전에 보정해 주는 그 사람과 더 맞았던 것 같다. 아마 7년 전의 사람이 보정을 했다면 나는 이번 사진도 꽤 맘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사진 결과물이 나왔을 테니까.


그러니 결국 내가 사진에 만족하는 것은 내 취향의 보정기술을 갖고 있는 사진사를 만났을 때 이룩되는 것이다. 내 얼굴은 어차피 해결이 안 되는 것이고, 결국 보정기술에게 맡겨야 하는데, 내 취향에 얼마나 부합하냐에 따라서 사진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엔 다소 실패했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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