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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May 21. 2024

오랜만의 아날로그 감성

대학병원을 찾았다. 좋은 일로 병원을 찾지 못한 것이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가급적 안 와야 할 곳을 온다는 건 유쾌한 감정은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 정말 오랜만에 공중전화를 발견했다. 유치원생에게마저 개인용 전화 즉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공중전화를 본다는 건 이제 거의 유물처럼 된 것 같다. 대학병원에는 아직 그래도 공중전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감성이 순간 물씬 풍겨웠다.



하지만 내가 이 공중전화가 유독 반가웠던 것은 공중전화 자체가 가져다 주는 그 감성보다는 다소곳이 올려져 있는 수화기 때문이었다. 잔액 90원. 다음에 쓸 어느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예전 것들은 퇴색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소하게는 예전 아날로그 감성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묘하게 기뻤다.


혹시 그런 감성에 시대를 착각하지 말라고 옆에 누군가가 먹다 버린 테이크아웃 컵을 보며 현재가 2024년이란 것도 깨닫게 한다. 이런 것도 나름 신구(新舊)의 조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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