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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스타벅스의 나만의 상관관계

by 가릉빈가


스타벅스 어플을 보다가 내가 스타벅스를 이용한 지 올해 딱 10년이 된 것을 알았다. 2015년부터 이용한 것이 분명한 사실인 것은 내가 스타벅스를 이용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폰 때문이다. 내가 아이폰 유저가 아니었다면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과 달리 2015년은 사뭇 상황이 달랐었다. 나는 선배의 추천으로 ‘아이팟’을 사용하였고, 내 주변엔 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써 아이폰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만 아이폰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것 같으면 ‘일체형 배터리’였다. 그때까지는 배터리 2개를 가지고서 충전하여 갈아 끼우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던 상황에서 폰과 배터리의 일체형은 상당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이야 핸드폰 배터리 용량 자체도 큰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휴대 가능한 보조 배터리가 상용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때는 보조 배터리라는 존재 자체가 전무한 상황에서 아이폰 충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그때 아이폰 유저들을 ‘콘센트의 노예’라고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나를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들은 아이폰 충전기를 항상 들고 다녔고, 음식점이든 어디든 들어가자마자 찾는 것이 콘센트였다. 간당간당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사투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고 혀를 차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문제는 콘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장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길거리에서조차도 충전할 수 있지만 그때는 카페에서도 콘센트가 별로 없었던 시기였다. 있다고 하더라도 3~4 좌석 한정적으로 있었다. 그래서 카운터에 충전을 요청하는 경우도 꽤 있었고, 나름 서비스라고 아이폰용과 갤럭시용 충전케이블을 구비해 놓는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충전을 해야 할 상황에서 카페를 찾는 게 생존을 위한 주된 임무였다. 지금이야 카페 전좌석 콘센트화가 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만큼 허탕을 많이 쳤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콘센트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지 살펴봤고, 없으면 다른 카페를 찾았다. 그렇게 몇 군데를 가서 간신히 하나 차지하고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 커피를 시켜 충전을 하는 일상이었다.(이렇게 쓰니까 뭔가 되게 비효율적이고 바보 같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스타벅스라면 혐오하는 쪽에 가까웠다. 지금도 스타벅스의 그 이미지가 다 벗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때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허영의 극치였다. 커피 맛도 모르면서 허세에 찌들어 있는 사람 특히 여성들이 가는 곳이었다. 스타벅스란 곳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는 매스컴에서 그런 이미지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절대로 가지 않는 카페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스타벅스가 나에겐 도리어 구세주 역할을 했다. 서점에서 있다가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지자 급하게 충전할 곳을 찾고 있다가 서점에 붙어 있는 스타벅스 좌석에서 콘센트를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막의 오아시스의 발견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따질 겨를이 있겠는가.


그 이후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스타벅스에는 항상 콘센트가 있는 좌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스타벅스도 지금처럼 전좌석 콘센트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콘센트 좌석은 전 지점에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카페에 가면 콘센트의 유무를 확인해야만 했지만 스타벅스는 무조건 있었다. 이것이 콘센트의 노예로 살고 있는 나에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충전이 필요해지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스타벅스를 찾았다. 그런 생활을 한 1년쯤 했을까? 그 이후에 모든 카페들이 서서히 전좌석 콘센트화를 진행하고, 보조 배터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콘센트 노예 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더 이상 충전을 위하여 스타벅스를 찾을 이유는 없어졌다.




그래도 그때 맺은 연으로 여전히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 여전히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남들은 스타벅스에 대해서 어떻게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몰라도 나에겐 그 시절 필수불가결한 것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 아이폰 하나로 나는 결국 스타벅스를 이용하게 되었고, 주변의 안 좋은 시선조차도 상관없을 정도로 나에겐 고마운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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