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에 벚꽃이 개화했다. 실로 99년 만의 일이라고 기사가 떴다. 이렇게 된 것은 짐작한 대로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요지경인데 날씨마저 요지경이 된 것 같다. 결국 온난화 현상은 벚꽃망울마저 일찍 터트리다 못해 3월에 절정을 맞이해 눈부시도록 예쁘고 희고 분홍빛을 선사하며 내 눈앞에서 벚꽃이 만개를 했다.
이따금 목련과 벚꽃이 같이 피는 것은 보았지만, 매화와 목련과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핀 것을 목도한 것은 오히려 실소를 머금게 헀다. 매화가 거의 다 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지고 있는 매화도 있건만, 아직도 자기 세상인 목련과 너무나도 빠르게 만개해버린 벚꽃 밑에 개나리가 반쯤 폈다. 오히려 개나리는 벚꽃보다 절정을 늦게 맞이하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이르게 만개해버린 벚꽃보다 더 놀란 것은 라일락이다. 보랏빛 라일락조차 만개를 해버렸다. 우리 집 근처에는 매화도 있고, 목련도 있고, 개나리도 있어서 봄이 찾아오는 순서대로 하나씩 꽃망울을 터트렸고, 벚꽃이 다 질 때쯤에 코끝 향기롭게 간지럽히는 그 라일락이 폈다.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서 봄이 서서히 절정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올해는 만개한 벚나무 옆에 만개한 라일락 꽃에서 향이 진동을 한다. 마치 벚나무에서 나는 것처럼.
실로 봄의 꽃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다 터트려 만개해버렸다. 이걸 기뻐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이르게 온 봄에 오히려 아쉬울 따름이다. 좀 더 천천히 자신의 세월을 보여줘도 좋으련만 너무 일찍 다가와 또 너무 일찍 떠나는 것 같아 그저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