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지?
나는 정말 이 질문을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을 하고 살아왔다. 오히려 이 고민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정도로. 나는 실로 번민하고 있다. 그 번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 옛적에 얼마나 많은 철학책과 심리학 책 등을 보며 설익은 지식에 갈팡질팡 했던가.
나는 진정어리게 나의 본질에 대하여 고민하고, 나의 삶의 추구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했음을 자부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어떤 가치관을 소유하고 소유해야 할 사람인지를 비롯하여 이런 식으로 살면 내가 추구했던 삶의 끝과 맞닿아 있는지 편집적으로 확인했고, 그 전에 추구한 삶의 형태가 뭔지를 확실히 하려고 했으며, 그 가운데에서 나는 무엇을 포기할 수 있고,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힐책했다.
근데 그 결과가 지금이다. 나는 이미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텅 비어 버린 상태이다. 나는 내가 이제 추구하던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행복은 어떠할 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나는 이런 상태를 원한 적은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없을 것이 자명한데 나는 현재 이러하다. 실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중간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까 더더욱 집착하듯 저 질문에 빠져들었고, 이런 상태가 된 것에 대한 자책은 끝도 없었다. 내가 너무 멍청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렇게 됐을까. 아무리 반추해봐도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요즘 내 인생에 대한 설계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걸 문득 깨닫는다.
요즘 계속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유튜브와 TV에서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정답이란 생각이 들면서 나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 교회에서 영성훈련이 주 4회 40일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영성훈련이 이어졌는데 어느 날 알아서 몇몇씩 팀을 짜 보라고 하더니 5년 후, 10년 후, 15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나누어진 종이 위에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정말 "헐~"하고 딱딱하게 굳었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로 내 5년 후의 모습 자체도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게 맞겠다. 하루하루 살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내 미래의 모습 따위 그려보지 않은 지 백만 년도 더 오래됐다. 나는 그래서 그 주어진 20분 동안 아무 것도 그리지 못한 백지로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5년 후는 커녕 일주일 후도 기대되지 않는데 그걸 그릴 수 있을 리가.
나는 그때 정말 내가 미래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계획도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충격 받은 나에게 더 충격 받았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고 살지 않는다고 일기에까지 썼던 걸 기억한다. 여기서 나의 불찰이라고 한다면 그때 미래의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는 충격만 받고 그 일이 끝이 났다.
얼마 전 유튜브 어느 강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어릴 때 했던 말은 힘이 크다고. 자신이 뭣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했던 말들이 결국 시간이 흐르니까 다 이루어져 있더라고. 그 정도로 그 말의 힘이 크다고. 그 말에 나를 되돌아보니 정말 그러하다. 나는 어릴 때 아무 것도 모른 채 했던 말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있어서 현격한 공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나는 유치원 때 '대학원 갈 거야~ '라고 생각했고, 나는 실로 대학 졸업을 앞둘 때 대학원 입학에 대해 고민이 없었다.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그 뿌리는 그 유치원생 시절의 내 바람이나 혹은 다짐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또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좋아서, 대한민국이 그냥 좋아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나라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을 했다. 실로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당연히 이 한 몸을 바쳐야 옳지 않겠는가라고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리 생각해왔는데, 그 덕에 활동하게 된 것이 바로 반크(VANK)이다. 외국사이트나 문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오류가 있으면 얼마나 전투적으로 임하여 그것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던가. 그 나라를 알려면 궁부터 가야 한다는 철칙은 결국 외국 관광여행 할 때에도 그 나라의 궁이나 오랜 유적지를 살펴보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다만 애석한 것이 있다면 나는 대학생 시절 이후로는 계획은 안 세웠던 것 같다. 막연하게 돈 벌겠지. 좋은 직업 갖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방향성을 잃었고, 그 방향성을 잃은 내가 바로 지금의 나다. 무기력하고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어떻게 하고 싶다는 계획 즉 소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나는 과학자가 될 거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질 거야 이런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걸 하고 싶고, 어떻게 되고 싶다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서 본인의 인생을 꾸려나갔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발을 삐끗했고, 줄을 놓쳤던 것이다. 최소한 사람들이 알아주는 성공은 못해도 내 인생은 내가 만족하는 모습으로 그려갔을 수도 있는데, 애초에 소망이 없었으니 무엇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과거에 내가 무엇을 꿈꾸었고, 소망했는지 머리를 뜯으며 생각해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머리를 뜯어 내가 대학생 때 "연봉 1억 이상이 되면 매년 1천만 원씩 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동들을 지원해줄 거야. 아동은 아프지 않고, 오로지 행복만을 가질 권리가 있으니까!"를 열심히 말하고 다녔던 것을 기억해냈다. 이걸 떠올리니 나는 지금 연봉 1억 이상이 아니어서 그렇지만 나름 소액이나마 기부를 꾸준하게 하는 중이다. 내 머리는 잊어버렸지만, 나의 소망은 딴에는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열심히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되기를 바랐는지, 어떠한 소망을 갖고 있었는지 짜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지금의 내가 어떠한 소망을 갖고 남은 인생을 꾸려갈 건지에 대한 소망도 짜내는 중이다. 사실 떠오르는 게 마땅히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추스려 가다 보면 가닥을 잡겠지. 최소한 지금처럼 아무 것도 없는 채로 무정하게 흘러만 가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