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김소월 - 진달래꽃

by 가릉빈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하면 떠오르는 대표 시는 『진달래꽃』이다. 반어법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화자의 감정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잘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나는 김소월의 시집도 갖고 있어서 대략 어떤 시를 썼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인상이 깊지 않았다. 세상에는 내가 좋아하고도 남을 많은 시인과 시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를 잘 쓴다고 생각은 했고, 이따금 무릎을 치긴 했으나 거기까지인 시인이 되겠다.


더욱이 나는 국어시간에 배워서 이 시가 각인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그때 이 시에 꽂혀있는 부분은 '즈려밟고'였다. 이 단어를 이 시를 통해서 처음 알았을 뿐 아니라 정말 선생님들이 강조를 많이 했다. 즈려밟고는 꼭 외워야 한다고.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했다. 그래서 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하면 바로 즈려밟고가 떠올랐다.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라니... 아리랑의 반대 버전이야? 하면서. 떠나는 임이 참 잘도 즈려밟고 가겠다란 생각이었다. 그 정도의 감상의 시였다.


세상사 뭐든지 그때 그때마다 달라진다고 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랜만에 어쩌다가 김소월의 이 진달래꽃을 다시 보면서... 그냥 몇 번 반복해서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그러면서 김소월이 천재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에 내가 감탄을 하다 못해 눈물이 난 부분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이란 부분이다. 어떻게 거기서 역겹다라는 어휘를 사용했는지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내가 온 맘을 다 주어 사랑하는 임이 나를 볼 때 역겹다라는 감정이 들면 얼마나 끔찍할까. 나를 보는 것이 속이 뒤집어지고 징글징글해서 혐오스러울 것이라 생각하니 이런 지옥도 또 없겠다 싶으니까 감정이 울컥 솟구쳤다. 그러면서 천재 맞구나... 하고 간단하게 인정이 되더라. 이러한 감상도 아마 그때보다 나이를 좀 더 먹은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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