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루입니다

by 가릉빈가

2021년 9월 3일 금요일. 예쁘고 착하고 멋진 머루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마지막에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머루 먹으라고 잔뜩 주문한 것들은 오늘에야 도착했고, 머루는 결국 무엇도 하지 못했습니다. 캣닢 베개를 좋아하는 터라 그걸 주문했는데 결국 그 순간까지 캣닢 베개가 안 왔어요. 머루를 보내주고 나니 문 앞에 놓여있는 캣닢 베개가 있을 택배상자에 참담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착하고 예쁘고 멋진 아이였어요. 소리도 앙앙하면서 얼마나 듣기 좋은지 몰라요. 그 소리가 듣고 싶어서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엉덩이를 토닥거릴 때도 더러 있었지요. 이제 그 소리는 듣기 어렵겠죠.


내가 외출하려고 할 때마다 내 다리를 지치는 아이였어요. 마치 나가지 말라고 하는 듯한 그 행동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하는 행동 행동 하나 어여쁘고 맘에 들어오는 아이였어요.


입이 짧아 아무 것이나 먹는 애 아니었어요. 츄르도 참치맛만 먹었는데.... 간식은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잘 주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 저의 가슴에 대못을 박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맘껏 먹게 할 걸. 아프고 난 다음엔 그 좋아하는 츄르를 아무리 먹이려 해도 냄새만 맡을 뿐 먹지를 못하더라고요. 아... 이렇게 일찍 갈 줄 알았다면 맛있게 먹으라고 줬을 텐데.... 머루는 이제 내 곁에 없는데 츄르 참치만 냉장고에 한 가득입니다. 아프고 나서야 그걸 먹이려고 무더기로 샀거든요. 항상 저는 뒷북 치는데 선수예요.


머루는 유기묘였어요. 같은 아파트 단지의 누군가가 버린 걸 데리고 왔습니다. 길냥이 밥 주면서 안타깝다고 여겼는데.... 어느 날 머루가 엄마가 가는 대로 쫓아다니고 막아서서... 데리고 가 달란 의미인가 싶어서 데려왔습니다.


머루는 정말 우리를 혹은 이 집을 좋아했어요. 머루가 두 번 집을 나갔는데 두 번 다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본인의 의지로요. 그 예쁘고 듣기 좋은 앙앙 거리는 소리를 본인이 내어 우리에게 자기의 위치를 알렸습니다. 어둔 밤에 머루 찾느라 정신 없다 보면 머루를 지나칠 때마다 머루는 소리를 냈어요. 그 소리르 듣고 머루를 찾을 수 있었죠. 그렇게 항상 우리를 찾았던 아이입니다.


더불어 머루는 함께 태어난 다래를 얼마나 챙기고 좋아했는지 몰라요.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남매를 입양한 그 집은 그 남매 모두 버렸고, 머루의 적극적인 간택 덕에 다래도 함께 데려왔죠. 머루가 다래를 생각하는 마음은 얼마나 극진한지 우리가 다래를 만지고 있으면 그걸 지켜보는 애였어요. 우리가 무슨 짓을 할까 싶아 감시하는 것처럼요. 시간이 흐르니 그런 건 좀 덜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항상 다래를 챙기고 보살피는 애였어요. 그렇게 아파서 숨을 헐떡거리는 상황에도 다래를 보고선 꼬리를 파닥파닥 연신 좋다고 흔들든 아이였습니다. 머루는 그 좋아하는 다래... 어떻게 두고 눈을 감았는지 그 맘을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그 몸이 안 좋은 때에도 다래를 두고 갈 수 없어서 생명줄을 붙잡은 머루건만 그 먼 길 혼자 어찌 갔을꼬.


많은 것들이 있는데 잘 정리가 안 되는군요. 그래요. 머루는 털 빗어줄 때 가만히 있는 애가 아니었어요.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는 터라 빗어주기 참 불편했어요. 쫓아다니면서 빗어줘야 해서 결국 포기한 적도 여러 번 있었네요.


어쨌든 이런 저런 사건들과 함께 보낸 6년입니다. 몇 살인지는 몰라요. 확실한 건 아이가 그리 긴 생을 살지 않은 것이죠. 아... 그 아이는 왜 신장 1개만을 갖고 태어났을까요. 남들 다 갖고 태어나는 2개의 신장을 말이죠. 일찌감치 알았으면, 신장이 안 좋다는 걸 알았을 때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밥 잘 먹고 물 잘 먹어서 몸무게 늘면 괜찮아진다는 의사의 말을 너무 믿었어요. 실제로 그랬거든요. 나중에 다른 병원에서... 보상현상으로 중간에 그렇게 할 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나서 나빠지는 것인데... 우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거죠.


머루의 짧은 삶에는 내 몫도 큰 듯합니다. 내가 제대로 못 살아서 이러합니다. 내가 잘 살았으면 매년 검사해서 어디가 안 좋은지 미리 알았을 텐데....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했다면 아이는 몇 년은 더 내 곁에서 있지 않았을까요.... 최소한 덜 아파하면서 지내지 않았을까요. 평소와 너무 똑같아서 머루가 그렇게 아픈지 몰랐습니다. 상태가 최악이 되어서야 눈치를 챘죠. 이 얼마나 무지합니까. 그저 잘 지낸다 생각한 내가 멍청합니다. 오늘 수액을 놓으러 갔을 때 의사는 그러더군요.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이 상황까지 온 게 보호자 탓이 아니라고요. 근데 아무리 봐도 내 탓도.... 내가 제대로 못 산 탓이 아닌가 싶어서 머루는 제 맘에 한으로 남습니다.


머루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데 얼굴이 너무 평온하니 정말 그저 자는 것 같더군요. 품에 안고 화장터에 가는 그 동안엔 물론 착각이겠죠. 숨 쉬는 것 같았어요. 안고 있노라면 아이가 숨을 쉬는 느낌이 들어서 엄마에게 몇 번이나 "살아있는 것 같아"라고 했습니다. 엄마도 얼굴이 너무 평온하고 아무리봐도 자는 것 같아서, 엄마도 안고 있자니 숨쉬고 있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가서 확인을 받고서야 비로소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진짜로 안고 있으면 그 애가 살아있을 때처럼 배가 부풀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죠. 그런 느낌을 받는데도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다니... 한탄스럽습니다.


머루의 소식에 사실 저녁 일정도 때려쳤습니다. 원래는 머루 상태가 안 좋아서 안 갈까 했어요. 근데 오늘 저녁 일정이 무척 중요했고, 맘에 설마 오늘은 아닐 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엄마도 설마 하는 맘에 고양이 일은 고양이 일이고, 사람 일은 사람 일이니 다녀오라고 했어요. 엄마하고도 계속 그랬어요. 가더라도 좀만 더 우리 곁에 있다가 꽃 피고 새 우는 내년 봄에 가면 좋겠다고. 오늘 유달리 하늘 청명했고 볕도 좋아 마치 봄같기도 해서... 사실 불안했는데 설마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이었지요.


그 모든 불안감을 떠안으면서 저녁 일정의 장소까지 딱 도착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곧바로 다시 집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어차피 저녁 일정을 소화도 못할 거면 가지 말 걸... 마지막을 함께 못 한 것이 발 동동 구르게 만들더군요.


거기서 집까지 오는 동안 대성통곡도 하고, 주저앉아 울기도 했습니다. 나만 있는 공간이 아닌 건 알지만 지하털 타며, 버스 타며, 걸어가면서... 도저히 참으려 해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우우우우~ 하는 소리는 감추어지질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힐끗거리는 시선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맘 잘 추스리라고 합니다. 사실 머루의 상태가 최악이란 걸 눈치챈 그 순간부터 제대로 잠을 못 잤습니다. 밥도 잘 못 먹었고요. 약으로 몸을 지탱했고,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도 몸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엄마는 몸 상하면서까지 하지 말라는데 전 아직도 길길이 날뛰고 대성통곡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래도 바듯이 참고 있습니다. 엄마 말대로 이 집엔 저만 슬픈 게 아니므로.


이 글은 머루에 대한 걸 남기려고 씁니다. 펑펑 울면서 머루를 떠오르니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 기억은 어이없게도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옅어지기 마련인지라, 그나마 좀 더 선명하려면 지금이라도 닥치는 대로 남겨야 하니 정신 붙들고, 눈물 콧물 쏟아내며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씁니다.


머루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애 독사진은 별로 없더라고요. 진짜 없더군요. 6년 같이 보냈는데 어떻게 이럴까 싶을 정도로요. 사진의 대부분 다른 아이들과의 투샷, 쓰리샷이었습니다. 혼자 찍히지 않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는 아이였다란 걸 이번에서야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아... 그 아이는 우리도, 함께 살고 있던 동물들도 좋아했던 아이였던 거예요. 나는 그걸 이제서야 압니다.


그리고 사진 대신에 머루 동영상이 참 많더라고요. 애가 활동적인 아이라서 놀아주려고 깃털이라도 하나 흔들면 무섭게 튀어나오는 게 머루였어요.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는지 거의 공중부양 하듯이 뛰놀았던 터라 영상만 줄창 찍어 놓았더라고요. 그게 더 맘을 아프게 합니다.


날 따르고 좋아해준 것만큼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맘에 걸리고 후회가 됩니다. 머루는 우리 집에 와서 행복했을까요? 나한테 받은 상처는 얼마나 많은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데 이미 존재는 아예 없습니다. 화장하니 정말 뭣도 안 남는군요. 뻔히 다 알면서도 그 순간을 목도할 때마다 무너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머루가 나와 내 가족 속에만 남기엔 그냥 서럽습니다. 세상만물 다 그렇게 있다가 스러지는 것인데 유독 오늘따라 더욱 서럽습니다. 더욱이 고양이 죽은 걸로 슬퍼하는 걸 이해해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녁 일정 취소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내일 일정 취소 역시 머루의 일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정리했습니다. 그것도 토요일까지입니다. 머루가 내 곁에 없어도 나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산재해 있고, 머루의 부재를 이유로 그걸 며칠 미루는 걸 양해받기엔 어려운 걸 알므로 맘을 어떻게든 추스립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존재가 남았으면 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 머루입니다. 착하고 예쁘고 멋진 우리 머루. 우리 머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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