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에 안경
별이는 미묘다. 정말로 미묘다. 진짜 예쁘고 사랑스러움의 극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안 예쁜 사람이 어딨냐고 하겠지만 별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다. 슈퍼 메가 기간틱 울트라 아스트랄 판타스틱 스페셜 그레이트 엘레강스 뷰~티풀한 외모의 고양이다. 웬만한 잡지에 나오는 고양이보다 예뻐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별이를 통해서 사랑스러움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정말로 우리 가족은 입을 모아 그저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진다고 침이 마르도록 감탄했다. 가만히 있어도, 귀를 살짝 움직여도, 앉아 있어도, 걸어다녀도 그 어떤 상태가 되었어도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아이라서 별이는 정말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걸 볼 때마다 느꼈다.
그에 비해 하늘이는 사실 외모가 그렇지는 못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20만 원만 내고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무료 분양 시스템(?)이 있었다. 여기서 20만 원은 강아지가 맞아야 하는 기본적인 총 3차에 걸친 예방주사들에 관한 비용으로 사실 그런 걸 빼면 하늘이 몸값은 거의 0원인 셈이었다.
하늘이가 건강해졌으니 데려가라고 연락이 와서 찾아갔을 때 수의사에게 하늘이를 이렇게 분양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수의사 답은 무척 쌈빡했다.
"외모가 C급이잖아요."
"..............네!????"
"안 예쁘잖아요. 얼굴이 안 예쁘니까 이런 식으로 분양하는 거죠. 이렇게 분양하는 애들은 대부분 이래요."
이렇게 어린 강아지한테 벌써부터 외모로 급을 나누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고, 뭐가 그렇게까지 못 생겼을까 싶었는데 엄마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실로 유료로 분양하고 있는 같은 말티즈의 얼굴하고 하늘이 얼굴을 비교하면 외모가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랬다. 엄마가 하늘이 외모를 묘사한 걸 빌리면 눈이 옹이구멍마냥 트이다 말았다며... 특히 외모에 대한 건 사진의 결과물이 증명했다. 자타공인 미묘인 별이의 사진과 하늘이의 사진은 다를 때가 많았다. 더욱이 새끼 때는 지랄 맞은 성격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라서 찍은 사진마다 노려보고 희번덕거리는 사진이 많이 존재했던 터라 이래저래 외모에 대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늘이는 새끼 때 모습보다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외모가 훨씬 더 예쁘고 귀엽다. 어느 정도 커서는 사람들에게 예쁘다, 귀엽다란 칭찬도 곧잘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품에 있는 말티즈를 보자마자 뇌에 필터링도 거치지 않고, 말이 툭 튀어 나왔다.
"뭐야? 뭐가 이렇게 예뻐?"
자석에 끌려가듯이 그 말티즈에게 향했다. 정말 미견이였다. 웬만한 잡지에서 나올 애들보다 더 예쁠 만큼 진짜 너무 예쁘고 귀엽고 깜찍한 강아지였다. 미견은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법이라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마다 다 그 예쁜 말티즈 앞에 멈추어 서서는 귀엽다, 예쁘다란 말을 연방 해대며 북새통을 이루었다. 나는 그 예쁜 강아지를 바라보다가 순간 쏘옥! 하고 들어오는 마음에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한치의 거짓도 없이 들어오는 마음에 실소가 나왔다. '그래도 우리 하늘이가 백만 배 더 예쁘다!!'
텔레비전에서 한 연예인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부모도 자기 자식의 외모가 어떤지 알아요. 사실 제 딸이 객관적으로 예쁘지 않다는 걸 알죠. 하지만 제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뻐요'라고 자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었다.
아... 나는 그 순간 그렇게 말한 그 연예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객관적으로는 그 말티즈가 백만 배 더 예쁠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는 하늘이가 백만 배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진짜 거짓말 않고 그 강아지를 보다 보니 아무리 봐도 하늘이가 더 예쁘단 생각만 계속 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이래서 제 눈에 안경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하는 거구나 싶더라.
우리 엄마가 항상 하는 말 중 하나가 '내 새끼는 뒷통수만 봐도 안다'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제 새끼가 안 예쁜 사람이 어딨고, 천하를 줘도 자기 자식과 바꿀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그러니까 아무리 속 썩여도 제 새끼 물고 빨며 사는 거라고 하신다.
하긴 말티즈가 다 비슷하더라도, 나는 아무리 하늘이가 수많은 말티즈 사이에 있어도 바로 찾을 수 있고, 심지어 귀가하다가 주차장에서 들리는 강아지 소리에 저게 하늘이 소리인지 다른 집 강아지 소리인지 구분할 정도인데 오죽할까 싶다. 못났든 잘났든 내 새끼가 최고인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