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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하 Oct 23. 2020

긴 사막여행의 낙타처럼-취미

좌충우돌 반려 취미 탐색기 #0

행동을 활성화하고 방향을 설정·유지시키는 힘을 "동기"로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에 따르자면 나는 '내재 동기'가 강한 사람이다. 일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보상이나 성취에 대한 동력은 약하다는 얘기다. 균형이 필요한 모든 일이 그러하듯 '외재 동기'가 빈약한 성향은 사는 일에 많은 고단함을 초래하였다. 새로운 취미,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매혹에 너무 자주 속수무책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 댓가로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쁘지만"*, 이제는 타고난 성향이려니 하고 감내하며 살기로 한다. 인생이 긴 여행이라 한다면 내게 맞춤한 취미야말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행이 될 수 있으므로. 긴 사막여행의 낙타와 같이, 고단한 삶에 샘물 같은 위안과 즐거움을 공급해주는 동행.  


코로나 시대,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취미를 모색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팍팍한 일상에서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여러가지 현실적 이유에서 한 때 열병처럼 빠져들던 일에서 손을 떼거나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사진, 가죽공예), 새로운 매혹의 대상 앞에서 애써 거리를 유지하며 썸을 타고 있기도 한다(드로잉, 조향). 첫사랑의 상처와 같은 트라우마를 남기고 애써 멀어진 것들도 있고(자전거), 기약 없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피아노, 제본). 


그럼에도 여기 "반려 취미 탐색"이란 제목으로 풀어보려는 건도무지 별 이득이 없어 보이는 일들에 자꾸 도전하는 것에 대한 해명이자, 그 즐거움에 대한 찬양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 학습비용과 기회비용을 소진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그 몰입이 준 희열과, 감각과 사유의 확장들. 

그 뜨거운 사랑의 대상들을 소환해보려 하니, 생각만으로 신이 난다.   



* 서영인 글 보담 그림,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의 제목에서이토록 공감이 되는 제목이라니! 


** 주로 끌리는 취미들이 대체로 손으로, 몸의 감각으로 하는 일들인 것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대체로 웹상에서 이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 솔직하지 못했다. 내가 취미로 삼고 싶어 하는 것들 중에는 이 생업의 고단함과 쓸쓸함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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