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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Apr 30. 2020

[우리가 옳다!](2020) - 이용덕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우리가 옳다!](2020) - 이용덕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도로공사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많은 민주노총 소속 대공장 노동자들도 IMF 사태 직후 펼쳐진 대규모 정리해고 공세 앞에서 한편으로 민주노조가 갖는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한편으로 지도자들의 배신에 절망하고 길들여지면서 보수화되었다. 이후 여러 구조조정 투쟁에서 만만치 않은 저항의 힘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자신감이 예전처럼 올라오진 않았다.
상당한 임금을 받고 있고 고용불안을 덜 느끼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비참한 삶을 바라보며 그들에 대한 연민이나 연대의식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좀 더 나은 노동 조건과 소비 능력을 가진 자신에 대한 우월감과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 안도감 이면에는 의식하든 못 하든 뿌리 깊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점점 더 커지고 정당성을 키워 가면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 때문에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영혼은 피폐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에 등을 돌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했다."
- [우리가 옳다!], <1장 - 자를 사람 적어내라>, 이용덕, <숨쉬는책공장>, 2020.


그 동안 '책을 읽어준다'는 미명으로 '서평'을 끄적여댔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내 '서평'을 통해 그 책을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도록 중요 문구를 인용하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윤'을 위한 것은 아니나 바쁜 사람들에게 나의 미흡한 글을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다분히 '자본주의'적이고 '대리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2019년 6월부터 2020년 초까지 7개월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선봉이었던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투쟁 기록 [우리가 옳다!]는 감히 대신 '읽어줄' 수 없다.
이 글은 내 삶의 주인이고 싶은 우리 노동자 모두가 이 책을 구입하고 읽으며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는 작은 응원글이다.


나의 사업장에서 잠시 노조 간부로 있을 때, 현대차와 기아차 하청노동자 투쟁과 케이블기사 노동자 투쟁은 우리 시대 노동자 투쟁의 주요 사안,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모든 것이었다. 강인한 남성 노동자들의 전투적이고 영웅적인 투쟁. 자본과 그 소비문화에 안정적으로 길들여진 나같은 '정규직'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으로 주체화된 '비정규직' 노동자 그들이 이끌어가는 투쟁이 현재 노동자 운동의 전부로 보였다.

나의 사업장에도 비슷한 사안들이 있었으나 미처 해결 못하고 현장에 돌아온 후,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았다.
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은 다름아닌 '자회사'를 통한 재고용이었고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후퇴였으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없어질 일자리'에 대한 자본가들의 비인간적인 '대안'이었다. 안그래도 최저임금에 노예처럼 일해 온 노동 약자들을 더욱 '노예화'시키는 것이었다.
2015년 서산톨게이트영업소에서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를 배제하고 해고하는 도로공사와 정부에 대항한 투쟁이었고, 용역회사 하도급 관계에서 도로공사의 직접적 사용자성이 법원판결에서도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소한 일부만 직접고용하되 그것도 '자회사'를 설립하여 '없어질 일자리'들을 폭력적으로 외주화하려는 자본 전체와의 싸움이었다.
더 나아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다수'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소수'로 취급되어온 '비정규직'은 물론,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쟁취와 해방의 사안이 모두 응축된 투쟁이었다.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 집회, 서울요금소 캐노피 고공농성, 집권여당 국회의원 사무소 점거와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 과정에서 한국노총 정규직노조의 도로공사 편들기에 크게 분노했으나 한편으로 돌아서 내심 '내 현장에서 그런 나는 무엇이 다른가?' 여러 번 되돌아보게 했다.
'비정규직', '여성', '장애' 등의 주요 사안 일체를 대표한 이 처절한 투쟁과 조합원들의 주옥 같은 발언들은 차마 인용할 엄두를 못 내겠다.
많은 노동자들이 직접 읽었으면 한다.




"결국, 근본적 질문은 삶이 먼저냐, 이윤이 먼저냐다. 이 가치관으로 싸워야만 노동자들은 더 인간답고 풍요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에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노동자들은 생산과 판매, 서비스의 주체로 마음먹으면 세상을 멈출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단결과 협동, 연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톨게이트 투쟁은 그 힘의 아주 작은 일부를 보여 주었을 뿐이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별은 수없이 많다."
- [우리가 옳다!], <8장 -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이용덕, <숨쉬는책공장>, 2020.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싸움은 지금 시대 노동자 투쟁의 '전부'였음에도 '완전 승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역시, 이 노동자 투쟁은 '작은 승리'가 아닌 '단결'과 '연대'의 성과를 남겼고, '작은 일부'였으나 '이윤'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새기고자 했다.
그들은 '자회사'를 통한 외주화를 막지는 못했을 지언정 1,500명의 '직접고용'을 위해 '함께 가자'는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으며, 지도부와 정치 '거간꾼'(을지로위원회)의 비민주성에 파업현장의 생생한 직접 민주주의와 흥겨운 율동으로 대항했다.

그들의 힘겨웠던 투쟁은 가장 가난하고 억압받던 사람들이 뭉치면 얼마나 강하고 당당해질 수 있는지 자본에게는 물론 다수 노동자들에게도 분명히 보여주고자 했으며, [우리가 옳다!]는 그들의 기록은 '작은 일부'가 아닌 '전체 노동자'의 역사가 결국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


노동운동가인 저자는 비록 나를 모르겠지만 내가 젊었을 적 옆에서 또는 멀리서 보았던 선배인데, 변함없이 민주노조 운동과 노동자계급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대신하여 이 귀한 기록까지 남겼다.
저자에 대한 깊은 존경과 믿음 또한 내가 부끄러운 솜씨로나마 응원글을 감히 쓰는 이유다.

지난 몇 년 간 내게는,
노동개악에 맞서 노동자 총투쟁에 앞장섰던 한상균 민주노총 1기 직선위원장이 노동자들의 '예수'였고, 이용덕 노동운동가는 일관되게 노동자들의 '인(仁)'을 지키는 '공자'와 같다.


노동자운동의 역사는 항상,

우리가 '다수'라서 '옳다'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선택한 '다수'는 결국 패배하지 않기에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

- [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이용덕, <숨쉬는책공장>,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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