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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Jun 26. 2020

삼남매 '천하삼분지세(天下三分之勢)'

- 우리집 '조조', 막내개그맨


버섯 싫어하는 오빠가 편식한다고 한소리 들으면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바로 "맛있다!"를 연발하며 버섯을 먹어제껴주시는 우리집 막내개그맨 애기는,

천피스 고급퍼즐을 고민 끝에 꺼내든 언니 옆에서 오십피스 퍼즐을 급맞추고는 "이겼다!"를 외치며 승리의 박장대소를 터뜨림으로써 또 다시 스스로 고립되시고 말았다.


(옆의 무적 '천자' 엄마를 위시한 '조조'의 기세)



그리하여,
오-촉연합이 '천자(엄마)'를 낀 조위(曹魏)에 대항한 적벽대전은 다시금 임박하고,
삼남매 '천하삼분지세(天下三分之勢)'는 필연적으로 무한반복된다.


***

편식오빠 혼날적에
토하면서 버섯폭식
고급퍼즐 언니옆에
저질퍼즐 약올리기
오촉연합 적벽대전
고립무원 자초하네




중국에서 최근 [삼국지] '르네상스'를 불러 일으켰다는 이중텐은 위나라 기틀을 다진 조조에 관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후한서] <허소전>에서는 '조조가 아직 벼슬을 하지 않았을 때, 늘 공손한 말과 많은 예물로써 자신을 평가해주기를 구하였다. 허소는 그를 하찮게 여겨서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조조가 빈틈을 노려 허소를 협박하자, 허소는 어쩔 수 없어서 "그대는 태평한 시대에는 간적, 혼란한 시대에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조조는 매우 즐거워하며 떠났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런데 [삼국연의]는 이 배경을 삭제해 버립니다. 표현은 또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한 손성의 [이동잡어] 것을 가져옵니다... '간'이냐 '능'이냐의 여부는 조조의 주관적인 희망에 달린 것입니다."
- 이중텐, [삼국지강의(品三国)], <1부-2강>, 김성배/양휘웅 옮김, <김영사>, 2007.

조조라는 인물의 '역사적 이미지'는 대부분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의 방대한 '주석'을 바탕으로 한다. 한편으로 '문학적 이미지'와 민간적 이미지'는 그를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으로 전해왔는데, '난세'였던 삼국시대에는 '간사한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정사'인 범엽의 [후한서]에는 삼국시대 당시 최고의 '인물평론가' 허소의 입을 빌어 "태평한 시대(치세)에는 '간적', 혼란한 시대(난세)에는 '영웅'"이라 적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배송지의 [삼국지 주석]에서는 '민간적 이미지'를 택하고 있어 이중텐은 조조의 '역사적 이미지'의 근거로 또 다른 '정사'인 [후한서]를 언급한다.
이렇게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조의 '주관적 희망', 즉 그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바랬을까 추측해 볼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조조가 활약했던 당시는 '치세'가 아닌 '난세'였으므로 결국 조조는 '영웅'이라는 평가를 받고 크게 웃으며 돌아간 것이다.


막내개그맨은 과연,
오빠언니가 대대적으로 핍박해 오는 이 '난세'에 무엇이 되고자 저런 대인배개그를 시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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