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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Dec 05. 2020

[지정학의 힘](2020) - 김동기

#지정학의_힘 #아카넷

한반도 '이익'을 위한 '지정학'의 힘
- [지정학의 힘], 김동기, <아카넷>, 2020.




"지정학(geopolitics) : 지리, 경제, 그리고 인구 같은 요인이 정치, 특히 국가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
- 웹스터 사전상 정의.


중국 후한 말기 [삼국지] 유비가 삼고초려한 '융중대'에서 제갈량이 내놓은 전략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였다. 군웅이 할거하나 결국 유비, 조조, 손권의 세 실력자들이 삼발이처럼 세력균형을 이루는 상태. 이 정족지세를 통해 세력을 안정시킨 후 천하통일을 이룬다는 국제외교전략의 고전적 형태다.

'세계정부'나 '천하통일'은 '공상'이지만, 다극화 시대에서 생존과 존재의 조건인 '세력균형'의 '지정학'은 '현실'이다. 국제관계 연구자 김동기 선생의 [지정학의 힘](<아카넷>,2020)은 이 오래된 '국제 외교'의 세계사를 풀어낸 책이다. 책의 부제는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다.


"1890년에 (앨프레드) 마한의 첫번째 책이 출간된 것은 아주 절묘했다. 미국의 내부 프런티어가 사라지고 해외를 향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서 마한이 '새로운 전략'을 제공한 것이다."
- [지정학의 힘], <1. 마한 : 시파워>


미해군 대령 앨프레드 마한에게 영국 왕립대학이 명예학위를 수여한 것은 19세기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제국주의 근원을 '지정학'적 전략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미국의 해외 진출에서 '새로운 전략'이 된 이론이 마한의 '시파워(sea-power)'다. 바다를 장악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15세기 콜롬버스로 대변되는 강대국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대서양 제해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주요한 지정학적 개념이 '시파워'다. 현재는 일본과 미국의 '지정학'적 특징이다.


"영국의 '시파워'와 러시아의 '랜드파워'가 국제무대의 중심을 차지... 그런데 (핼퍼드) 매킨더는 당시 대륙에 장거리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기동력의 주역이 육상교통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지정학의 힘], <2. 매킨더 : 랜드파워>


19세기 영국의 지리학자 핼퍼드 매킨더는 마한의 '시파워' 개념에 대비되는 '랜드파워(land-power)'를 더 중시한다. 결국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는 '하트랜드(heart-land:중심지)'를 차지하는 나라가 될 것인데, '하트랜드'는 아시아 중심지역이며 19세기말 ~ 20세기초 철도로 대표되는 육상교통의 발달로 '하트랜드'를 차지하고 통제하는 '랜드파워'가 지정학의 중심 개념이 된다. '랜드파워' 러시아가 시베리아 철도를 건설하려 하자 '시파워' 일본이 1905년 '러일전쟁'을 개시했다.


"(칼) 하우스호퍼에게 '지정학'은 예술이고 정교하게 운용되어야 했다... 하우스호퍼는 지리를 친구로 삼아야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그가 보기에 로마제국은 지리를 우군으로 만들었지만 나폴레옹은 적으로 만들었다. 히틀러 역시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지리를 적으로 만들어버렸다. 독일은 악몽 같은 양면전쟁에 말려들었다.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1941~1942년 겨울을 지나면서 역시나 지리는 가장 매서운 적이 됐다. 나폴레옹이 125년 전에 이미 겪었듯이 말이다."
- [지정학의 힘], <3. 하우스호퍼 : 레벤스라움>


저자 김동기는 세계를 분할하고 움직인 건 '이념' 같은 게 아니라 '지정학'이었다고 하는데, '지정학'은 단순한 '지리'적 요건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국제관계 전략이다. '지정학(Geopolitik)'이라는 용어는 19세기 스웨덴 보수정치가 요한 셸렌이 처음 사용했는데, 이는 생물학적 사회진화론을 주장한 독일 라첼의 '국가론'을 모체로 한다. 개인이 아닌 전체로서 '국가'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활공간을 차지하면서 자란다는 식인데, '레벤스라움(lebensraum)'은 국가의 '생활권'으로 하나의 권리처럼 그 확보 또는 확장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히틀러의 스승 칼 하우스호퍼에게 이 '지정학'은 정교한 '과학'이자 화려한 '예술'이었으나, 나치의 두령 히틀러에게는 '지정학'이 인종주의적 '신화'가 되었고, 결국 2차 대전의 대재앙을 초래했다. 독일과 파시즘의 패전 후 한동안 '지정학'은 악마화되어 지옥의 명부에 갇힌다. 저자가 보기에 두차례 세계대전은 '하트랜드' 차지를 위한 유럽과 아시아의 '랜드파워'를 중심으로, 영미일 등 '시파워'가 결합한 일대 격전이었다.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은 미국 안보에 가장  위협은 하나의 강대국이 유라시아 '림랜드(가장자리)' 지역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림랜드'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역설했다."
- [지정학의 ], <4. 스파이크먼 : 림랜드>


'시파워' '랜드파워' 세계사 주류인 마한-매킨더에 이어 미국의 지정학자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을 거쳐야 이후 중국의 '죽의 장막' 걷은 미국의 헨리 키신저는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의 지정학을 이해할  있다. 2 대전기 미국 국제관계학자 스파이크먼은 진주만 습격으로 한창 적국으로서 미국과 전쟁을 벌이던 일본을 두고 전후에는 관계를 회복해야 미국의 패권을 강화할  있다는 주장을 하여 당장의 빈축을 사기도 하는데, 결국 그의 '지정학적 리얼리즘' 정확한 예측이 되어 현재까지 작동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일 안보조약' 뿌리이기도 하다. 일본 천왕 군국주의의 '접신' 지정학은 소련이 한반도로 진격한 후에 미국에 항복하는데, 소련과 미국에 의한 '한반도 분할' 일본이 패전으로 '무사히' 빠져나가는 중요한 복선이었다. 한편 2차대전 종전과 함께 무덤으로 갔던 '지정학' 1970년대에 냉전을 해빙(데탕트)시키면서 다시 부활시킨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는 이념보다  '지정학적 리얼리즘' 구현했다.
이제 소련의 해체로 인해 '이념' 구냉전은 막을 내린지 오래고, 무조건 '국익' 우선의 신냉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림랜드'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통합과 적대관계 해소가 필요하다. 그렇게   비로소 한반도 전체가 하나의 '림랜드' 되어 강대한 '랜드파워', '시파워'  독립적이고 균형적인 관계를 맺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랜드파워' '시파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세력균형' 한반도에게 가장 바람직하다... 남북한이 한반도 생존을 위해 대외적으로 공통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다.  외부의 잠재적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것이다."
- [지정학의 ], <11. 한반도 : 지정학의 >


스파이크먼의 주요개념 '림랜드(rim-land:가장자리땅)' '하트랜드' 아시아 중심에서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해안가 또는 '중간지대' 가장자리 지역으로서 '유라시아 제국' 꿈꾸는 '랜드파워' 러시아가 계속 진출하고자 했고 영미일 등의 '시파워' 끊임없이 숟가락을 얹으려 했던 우크라이나, 터키, 중국, 동남아, 한반도 등지를 이른다. 전통의 강대국들은 예나 지금이나  '림랜드' 지배 또는 통제하고자 한다. 매킨더-스파이크먼의 지정학적 전통을 잇는  이론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 지배전략이 결정되고 중국의 '일대일로' 부상이 예견된다.
우리 사는 한반도의 운명도  '림랜드' 운명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215


'림랜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시파워'와 '랜드파워'가 공존하고 교차하는 지점이다. 한반도 국가는 미중러 같은 '강대국' 대열에 낄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국의 이익을 이용할 수 있는 '강소국'의 가능성은 있다. 그리하여 '천하삼분지계' 같은 국제 정치경제학으로서 '지정학'의 배경은 잘 알아야겠다만, 국제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꿋꿋하고 주체적인 '강소국'이 되기 위한 내적조건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지정학'이 비로소 우리에게 '힘'이 된다.

국내 구성원들의 불평등이 완화된 강한 복지국가와 남북 군축을 통한 평화번영이 한반도 강소국의 조건이다.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민주주의연방공화국'으로 통일되면 더욱 좋겠지만 갈 길은 멀고 지난하니, 우선 남북간 '평화군축'과 '민간교류'의 실천부터 당장 시작할 일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국익'이자 한반도의 '이익'이다.


"지정학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현실적 국익이었다. 우리가 지정학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 [지정학의 힘], <후기>, 김동기, 2020.


***

- [지정학의 힘], 김동기, <아카넷>, 2020.

#지정학의_힘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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