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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05. 2020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반지성주의'를 타파하는 진보정당

마지막 '수요회' - ['반지성주의'를 타파하는 진보정당]
- 토머스 프랭크,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서평


"철학은 이론에서의 계급투쟁이다."
- 루이 알튀세, <철학 - 혁명의 무기>, [레닌과 철학], 1968. 외


프랑스 철학자이자 구조주의 맑스주의자 알튀세의 사상은 위 한 줄의 명제로 함축됩니다.


자본주의 현실은 계급투쟁이고 현실의 반영인 철학은 계급투쟁의 이론적 실천이라는 말인데, 맑스의 새로운 테제 중 '해석이 아닌 새로운 실천적 철학'(포이어바흐에 관한 12번째 테제)이 사실은 '철학의 새로운 실천'이며, 철학은 계급투쟁으로 새롭게 실천되어야 하지만 그 관념적 본질상 세계를 '계급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알튀세를 인용한 이유는 바로 '계급투쟁'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미국의 선거를 다룬 책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에서 토머스 프랭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잊혀진 '계급투쟁'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하루하루 점점 더 포악해지고 점점 더 오만해지는 자유시장 체제의 파국적 종말에 대해서 민중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한때 자신들과 공화당을 확연하게 구분했던 계급용어를 폐기함으로써 지금까지 물질적 관심사인 경제문제에 가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끌지 못했던 환각적 호소력을 지닌 총기 소지나 낙태 문제와 같은 문화적 분열 쟁점에 스스로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계급에 대해서-확실히 말하자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반면에 민주당은 계급 이야기를 불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에필로그> 중


미국 공화당은 유럽의 보수당처럼 왕정이나 귀족, 봉건지주를 토대로 하는 보수가 아니라 당명 그대로 미국의 '민주적 공화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당입니다.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주의 자체가 '공화주의'라는 것입니다.
왕조와 식민지를 거치면서 친일-친미-사대를 뿌리로 하는 우리의 수구반동과 다른 점입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미국 중서부 노동계급에게 기독교 사상과 낙태 반대 등의 사안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계급투쟁'을 은폐하고 '문화전쟁'을 촉발하여 지지세를 얻습니다.
미국을 성장시킨 '산업역군'(우리에게 참 익숙한 세대론)은 신의 계시에 따라 우둔하나 믿음직하게 미국을 지키는 반면, 유럽에 가까운 미국 동부의 '지식인', 엘리트들은 반전평화, 여성주의, 히피적 행태로 '잘난체 하며' 미국을 흔든다는 것이지요.


미국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 '사회당'이라는 진보정당이 있었습니다. 전설적 철노노동자 유진 뎁스, 사회주의적 목사 노먼 토머스, 진보정치인 로버트 라폴레트 등의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민주당을 왼쪽으로 이동시켰고,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케인즈주의와 뉴딜정책을 가능케 했으며, 미국 민주당의 '계급적' 입장을 강화시키기도 했지요.


토머스 프랭크는 공화당을 비판하기 보다, 그들의 단순한 '문화전쟁'을 통해 굳어진 '영웅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계급투쟁'을 져버린 민주당의 패착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단순무식 '문화전쟁'이 아니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diot, It's the Economy!)"라은 슬로건으로 성공한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부터 노동계급을 버리고 월스트리트를 등에 업고 친기업 정책을 선택한 과오가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당은 유럽의 사회민주(노동)당들과 다르게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단명했고, 이제 불가역적인 거대 양당체제로 인해 이 책의 대안은 얼핏 민주당의 '계급투쟁'을 복원하여 공화당의 '영웅주의'와 '반지성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으로 확대해석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보수주의' = '반지성주의' = '영웅주의'를 타파하는 대안은 '빅텐트' 거대 양당체제가 아닌 강력한 진보정당 운동이며, 지금의 진보정당이 전통적인 거대한 '운동형 진보정당'(독일과 스웨덴의 사민당이나 브라질 노동자당 등)일지 선거연대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형 진보운동'(그리스 '시리자'나 스페인 '포데모스' 등)일지는 아직 알 수 없을지 모릅니다.
또한, 버니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지, '큰 개혁과 작은 혁명'의 변증법적 관계를 통해 '계급투쟁'을 버리지 않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불가역적 승리를 단호하게 옹호하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강력한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반지성주의'를 타파하고 '계급투쟁'에 복무하는 '새로운 철학적 실천'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브렉시트 국면에서 영국 노동계급을 단순화시켜 노동당을 패배시킨 영국 보수당의 선거방침,
'빨갱이' 타령으로 연명하는 한국의 수구보수 집단과 '조국사태', '문빠' 양산으로 재미보는 한국의 민주당의 모습도 이 책과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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