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 [대중파업론]을 중심으로 본 [반자본주의 선언] 등
‘반자본주의’와 ‘대중파업론’
- [대중파업론]을 중심으로 본 [반자본주의 선언], [반자본주의]
대중파업은, 러시아 혁명에서 나타났듯이, 프롤레타리아 투쟁의 효과를 높이려고 머리에서 쥐어짜 낸 교묘한 방법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 대중의 운동방식이며, 혁명과정에서 프롤레타리아 투쟁의 현상형태이다… 대중파업은 몇 년 동안, 아마도 몇 십 년 동안 지속된 계급투쟁의 모든 시기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대중파업론] 중.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계급의 경제투쟁과 사회주의(또는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정치투쟁 간에는 예나 지금이나 괴리가 있습니다. 물론 유물변증법의 사유방식에 따라 정식화해 버리면 양자는 변증법적 관계로서 상호대립하지만 상호침투하면서 결국 통일되고 맙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념의 영역, 철학적 테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철학은 언제나 새롭게 ‘실천’되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반자본주의’의 기치를 내건 우리의 노동계급 운동은 현재 경제투쟁에 더욱 침잠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던 이 땅 최초의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사회주의 이상 실현’이 일단의 실패를 겪으며 진보정치의 질적 전화가 좀처럼 쉽지 않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둡게 드리운 와중에 자본가와 그들의 정권은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협박하고 있습니다. 더욱더 일만 열심히 하라고요.
한편으로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와 그에 대한 ‘저항의 세계화’로서 ‘반세계화’ 운동이 진정 세계적으로 활발한 듯 합니다. 급진적 맑시스트들은 이 운동 속에서 사회주의적 경향을 옹호하면서 시장경제가 판치는 세상에서 분배와 계획의 세계정치를 기획함으로써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수준에서는 사이먼 토미의 [반자본주의]가 있고, 좀더 좌익적으로는 앨릭스 캘리니코스의 [반자본주의 선언]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한 세계사회포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팻 데바인의 ‘민주적 참여계획 사회주의(DPPS)’ 등을 예로 들면서 전세계적 민중적 코뮌 지도부 같은 것을 구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 더군다나 사회주의적 기획으로 이 운동을 이끌려는 노력이 지속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땅 노동계급은 아직 미래를 기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의 후퇴가 원인일 것입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1906년의 저작 [대중파업론]에서 (사회민주주의)당의 정치투쟁과 그 부분으로서의 경제투쟁간 상호관계를 분석하면서 이를 잇는 가교로서 ‘대중파업’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운동의 발전이란 최초의 경제적 단계가 생략된 상황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시위의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빠른 속도와 파업이 전진하면서 다다르는 절정 속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정치투쟁의 모든 활발한 공격과 승리는 경제투쟁에 강력한 자극을 준다…
자본에 맞선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경제투쟁은 정치투쟁이 휴지기를 맞이할 때마다 노동자들을 지탱해 준다. 말하자면, 경제투쟁은 정치투쟁에 언제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노동자계급 역량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이다…
한마디로 경제투쟁은 운동을 하나의 정치적 촛점에서 다른 촛점으로 나아가게 하는 장치이다. 정치투쟁은 경제투쟁의 토양을 주기적으로 기름지게 한다. 여기서 원인과 결과는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이 두 요소의 통일이 바로 대중파업인 것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책.
칼 맑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공산주의자는 운동의 미래를 대변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굳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이 권력을 쟁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제투쟁을 넘어 정치투쟁의 장을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현재의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운동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 또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당최 버릴 수가 없습니다.
‘1999년 시애틀’과 같은 반세계화 시위, 우리의 대규모 촛불시위 등도 넓게는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중운동입니다. 더 나은 다른 세상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중운동이 반드시 노동계급의 ‘대중파업’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노동계급 정치세력화는 폐기할 수 없는 전략일 것입니다.
노동조합 투쟁은 노동운동의 직접적인 이해를 포함하지만 사회민주주의적인 투쟁은 미래의 이해를 포함한다.
노동조합 활동의 중요성과 절대적인 필연성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활동의 한계와 그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는 사회민주주의의 총체적 진리에서 일상적 투쟁의 적극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노동조합의 부분적 진리가 나온다.
노동조합 운동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불합리한 몇몇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환상 속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급투쟁에서 승리해 온 프롤레타리아 대중의 의식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 속에서 노동조합 운동은 사회민주주의의 한 부분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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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중파업론], 로자 룩셈부르크 지음, 최규진 옮김, <풀무질>, 1995.
: 1906년의 저자는 노동계급의 파업을 경제투쟁에 한정지으려는 선진 자본주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의식과 운동의 미래를 포함하는 사회민주주의의 정치투쟁 및 당운동을 별개로 구분하는 인식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계급투쟁의 모든 시기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개념이자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통일된 현상형태로서 ‘대중파업’을 정의하고 있다. 당시 ‘선진적이었던’ 독일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경제투쟁을 우선하는 ‘후진적인 인식’에 비해 ‘후진적이었던’ 러시아 노동계급의 대중파업의 역사적 역할을 고찰하면서 ‘혁명의 시기’에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경제투쟁과 계급투쟁의 미래를 담보하는 (사회민주주의)당운동의 공동행동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양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장치로서 ‘대중파업’을 강조한 로자 룩셈부르크의 대표 저작이다.
2. [반자본주의], 사이먼 토미 지음, 정해영 옮김, <유토피아>, 2007.
: 영국의 정치이론가인 사이먼 토미가 1999년 ‘시애틀 사건’ 등으로부터 촉발된 ‘반세계화’ 운동을 ‘초보자(beginner)’를 대상으로 소개한 책이다.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시장독재’, 즉 시장만이 존재하는 지구 엘리트들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와 반세계화 운동을 질적으로 변화시킨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의 역사적 의의에 대하여 서술하고, 개혁주의에서부터 반자본주의, 멕시코의 사파티즘까지 아우르는 반세계화 운동, 이들 ‘운동들의 운동’을 소개 및 분석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심인 세계화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서, 시장경제에게 빼앗긴 ‘세계정치’의 복원을 기원하면서 이 ‘운동들의 운동’을 정리하고 있다. 지구 엘리트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항한 ‘세계사회포럼(WSF)’의 중요성, 권력쟁취를 위한 종적인 ‘다수의 정치’보다는 인터넷 등의 횡적인 ‘소수의 정치’ 또는 ‘네트워크’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면서 현재 하나의 경향으로 통일되지 않은 반자본주의 운동의 ‘불확실성’ 자체가 운동의 미래와 성공을 방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3. [반자본주의 선언], 앨릭스 캘리니코스 지음, 정성진/정진상 옮김, <책갈피>, 2003.
: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이자 유명한 트로츠키주의자인 저자는 1999년 ‘시애틀 사건’ 이후 질적으로 촉발된 ‘반세계화’ 운동들의 다양한 흐름과 전망을 분석하면서 칼 맑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의 이념을 준거점으로 하여 이들 운동을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정식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공산당 선언]은 맑스의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대한 비판 중 가장 유명한 정식화로서, 작금의 ‘반자본주의’ 운동은 다시 이러한 비판을 이론과 실천 양자에서 다시금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맑시즘의 입장에서 사회주의적 반자본주의를 옹호하며 ‘지구를 망치는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부르주아적, 지역주의적, 개량주의적, 자율주의적, 사회주의적으로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다른 세계의 구상’으로서 팻 데바인의 ‘민주적 계획 모델’을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는 바, 저자의 이와 같은 사상적 경향은 경제만이 판을 치고 있는 세계화 공간에서 분배와 계획의 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4. [역사의 복수], 앨릭스 캘리니코스 지음, 김택현 옮김, <백의>, 1993.
: “가장 강력한 서기장의 보복보다 역사의 보복이 더 무섭다”고 한 레온 트로츠키를 인용하면서 저자는 동유럽을 포함한 이른바 ‘공산주의’의 몰락이 결국 ‘국가자본주의’에 불과한 스탈린주의의 몰락에 불과하며 시장만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라는 고전 맑시즘을 옹호하고 있다. 공산진영의 몰락은 ‘좌파의 위기가 아닌 사회주의를 마침내 스탈린주의의 악몽으로부터 해방시킬 기회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를 담고 있는 학술적 논문으로서 독서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5. [좌익 공산주의], 오세철 엮음, <빛나는전망>, 2008.
: 현재 독자적인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인 오세철 교수가 혁명적 공산주의 입장들을 엮어낸 책이다. 혁명적 공산주의 그룹인 ‘국제공산주의흐름(ICC)’ 등의 이념과 강령 등을 소개하면서, 레닌 말년의 팜플렛인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은 ‘유아적 무질서’의 오역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함께 스탈린주의 뿐만 아니라, 현존 사회주의 체제 전체를 ‘개량’으로 해석하고 진정한 ‘좌익 공산주의’의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혁명적’인 ‘좌익 공산주의’의 현재 흐름 및 입장을 일별해볼 수 있는 책이다.
(2009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