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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26. 2020

[철학노트](1914) - 레닌

'변증법적 유물론 ' 재정립을 위한 레닌의 [철학노트]

[철학노트],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홍영두 옮김, <논장>, 1989.


"통일물의 분열, 그리고 통일물의 모순되는 성분에 관한 인식은 변증법의 '본질'이다... 과학사를 통해 분명히 검증... 수학에서는 +와 -, 미분과 적분. 역학에서는 작용과 반작용. 물리학에서는 양전기와 음전기. 화학에서는 원자의 화합과 분해. 사회과학에서는 '계급투쟁'. 대립물들의 동일성이란 자연(여기에서는 정신과 사회도 포함)의 모든 현상과 사건들 안에 있는, 모순되고 상호배제하는 대립된 경향들을 인식(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의 모든 사건들을 그 '자기운동'에서, 그 자발적 발전에서, 그 살아있는 생활에서 인식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그 모든 사건들을 대립물의 통일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상호배제하는 대립물의 투쟁은 발전과 운동이 절대적이듯이, 절대적이다... '변증법'은 다름아닌 (헤겔과) 마르크스주의의 인식론이다."
- 레닌, [철학노트], <6장. 변증법의 문제에 대하여>

'유물변증법' 또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소련 스탈린주의 교과서들이 정식화했을 때 세 가지 '법칙'으로 도식화되었다.

1. '물질운동론' : 모든 물질은 운동(변화, 발전)한다.
2. '대립물투쟁론' : 모든 물질은 대립물이 있고 이들은 상호배제, 침투, 통일한다.
3. '양질전환론' : 양적 변화는 결국 질적으로 전환된다.

다소 위험하기는 하나 이러한 '3법칙'은 학자가 아닌 대중에게는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는 기제일 수 있는데, 이것의 단초가 레닌의 복잡한 필기로 엮인 [철학노트]이다.


1914년 제국주의 세계전쟁과 참전을 결의한 유럽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배신 국면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레닌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저술할 때 그러했듯, 망명지의 도서관에 틀어박혀 '절대적 관념론' 철학자로 알려진 헤겔로 되돌아간다.

이전 [유물론과 경험비판론](1908)의 주제도 ‘철학’이었지만 이는 경험주의이자 상대주의인 오스트리아 마흐주의식의 ‘경험비판론’이 '관념론'에 불과함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유물론' 철학을 확실히 재정립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다분히 논쟁적 의도로 저술되었다.

이제 1914년의 대혼돈기에 레닌은 [철학노트]를 통해 헤겔의 [논리학] 적요를 시작으로 ‘존재론’, ‘본질론’, ‘개념론’ 등 철학의 ‘기본개념’부터, 즉 '철학'의 처음이자 그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철학노트]에서 레닌은 ‘헤겔 속의 유물론’을 재발견하기 위하여 아리스토텔레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철학의 ‘대선배’들의 사상 등도 두루 재학습하고 있다.
[철학노트]는 헤겔의 [논리학]은 물론, [철학사 강의], [역사철학 강의] 등에 대한 적요 등을 포함하면서 '관념론 철학'의 완성체로서의  헤겔을 철저히 분석하고 정리한 대량의 '필기 노트'라 할 수 있다.

그람시가 감옥에서 자신의 사상을 정리한  [옥중수고]처럼, 발간목적이 아닌 마르크스주의, 과학적 사회주의의 재정립이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진행한 방대한 학습노트, 수고록을 나중에 엮은 것이다.

결국, 이후 마르크스주의 '도식화' 작업에서 '관념론' 철학자로 정리된 헤겔의 사상에는 온갖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의 맹아들이 존재하며, 유물론자들은 철저하게 헤겔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레닌의 결론이다.



철학학습을 시작하는 레닌의 ‘금언’은 다음과 같다.

“헤겔의 논리학 전체를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고 또 이해하지 않고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특히 제1장(상품)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반세기를 경과하였지만 마르크스주의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마르크스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 레닌, [철학노트] 중




***

1. [철학노트](1914), 레닌, 홍영두 옮김, <논장>, 1989.
2. [유물론과 경험비판론](1908), 레닌, 박정호 옮김, <돌베개>,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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