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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Nov 05. 2021

서울에 가서도 이렇게 살면 된다.

제주 실이 37일 차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간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요 며칠은 알차게 보내고 싶어 조금 강행군이었다. 어제는 애월에서 내가 좋아하는 산방산으로 이동해서 좋아하는 딱새우동을 먹었다. 추사 김정희관과 좋아하던 인도 카페에 가려했지만 두 군데 모두 문을 닫아 갈 수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어야지 싶어 6시에 저녁을 9시 반에는 야식을 먹었다. 본래 빡빡한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에 어쩌면 두 군데가 문을 닫은 게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문을 닫았던 인도 카페에 들렀다 도립미술관에 들렀다 제주항에 가서 인천항으로 차를 보내는 게 목표였다. 그치만 아침에 피곤함과 함께 곰곰이 생각하다 애월-산방산-제주시 코스는 영 바빠 결국 인도 카페는 다음 여행으로 미뤘다.

  3시에 차를 부친 뒤 혼술 집 1차, 칵테일바 2차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혼술 집 입구에는 '임대문의'라고 쓰여 있었기에 대충 저녁을 먹고 칵테일바로 향했다. 칵테일바는 애월에서 자주 가던 카페 직원이 추천해준 곳이다.(직원은 나에게 한 달 살기 하다가 서울로 돌아가면 우울해질 거라고 말했다.) 마지막 밤을 조용하게 멍 때리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 말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저렴하고 맛난 칵테일이었기에 세 잔이나 주문했다. 다른 손님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연신 칵테일을 주문했고, 덕분에 현란하고 정교하게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조금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이제 귀가하기로 한다. 조용한 골목길을 걸으니 이제 제주도 마지막 밤인 것이 느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귤나무를 구경하기도 하고, 동네 놀이터를 꼼꼼히 살피기도 한다. 그 자체가 힐링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살면 돼.' 제주도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갈 테지만, 서울에서도 이렇게 지내면 그곳이 여행지일 것이다. 돌아가고 싶기도,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한 마음이지만 나는 오늘의 마음을 기억할 거다. 어디서든 이곳에서 살던 마음으로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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