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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Jul 28. 2024

화려한 싱글과 유부녀 그 사이 어디엔가......

  요즘 경제모임에 잘 적응하여 지내고 있다. 모임이 비로소 편해졌고, 친한 사람들도 몇 생겼다. 이제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편안하다 할 무리들도 있다. 하지만 몇몇 갈등들도 생기고 있다.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게 관심을 보이고 친해지고 싶어 했던 남자회원인데 얼굴 본 지 몇 번이라고 나를 이너서클이라 칭했다. 동시에 나와 다른 남자들과 엮으며 놀려댔다. 이 사람 저 사람 엮다가 어떤 남자와 엮을 땐 내 반응이 다르다며 나를 떠봤다. 실제로 나도 호기심이 가는 남자였다. 그걸 눈치챘다는 이유로 여러 번 나를 놀리고 동영상을 찍고 단체사진에서 둘만 오려 내게 보냈다.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너희 둘은 썸을 탄다며 민망함을 주었다. 본인이 잘못했다고 느꼈는지 안 그러겠다고 하더니 나를 멀리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이너서클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가끔씩 오가는 대화 속에 그를 암시하는 듯하게 '너 좋아하는 사람 있잖아.' 라든가, '나는 정확한 거에 대해선 안 놀려.'라고 놀리곤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안 놀리잖아 하며 발뺌을 하는데 정말 밉상이었다. 참다참다 나는 결국 화를 내게 되었고 그러지 않겠다며 다짐을 받아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만남에서 다시 놀리는 그를 보며 여태까지의 정색, 분노 다 통하지 않는구나 싶어 당분간 얼굴을 보지 않는 게 낫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겼다. 나와 동갑인 여자 회원인데 친해지기 전에 내 생파를 열어준 적이 있다. 집에 가며 15분 대화한 적이 있었고, 술자리에서 옆에 앉은 지 10분 만에 곧 다가올 내 생파를 열어주겠다고 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러면서 친해지면 되지 생각했는데, 생파 자리에서 그녀의 뒷담 파티도 이어졌다. 이제 만난 사람에게 모임 사람들 뒷담을 하는 걸 보면서 조금 무서웠다. 이렇게 뒷담을 쉽게 할 수 있다면 언젠간 내 욕도 쉽게 하겠지, 그래도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여 천천히 친해지면 되겠다 싶었다. 특별히 그녀를 밀어낸 적도 없고, 만나면 웃으며 대화하고 친해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뜸 내게 말하기를 '나는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는 사람이라 너를 특별한 존재로 여겼는데, 너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사귀는 것 같아. 나는 그중에 한 명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 그래서 널 특별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로 했어.' 사랑에 실망한 사람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만난 지 다섯 번째 혹은 여섯 번째 만이었다. 친해지기 싫은 거냐 물었다면 아니라고 대답했겠지만, 특별한 존재에 대한 답변은 너무도 어려웠다. 난 그저 '아 그랬어? 난 몰랐네.' 할 뿐이었다.


  그 뒤로 그녀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한동안은 누구도 내게 말해준 적 없지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그녀의 최측근이 되지 않으면 욕할 수밖에 없는 그녀였다.

  한 번은 남자 동생 두 명이 '우리 모임 있는 거 알지? 누나도 와?'하고 물었다. '무슨 모임?' 하니 'OO누나가 얘기한댔는데?' 했다. '그래서 언젠데?' 하니 두 남자가 모두 말을 잃었다. 차라리 딴짓을 하거나 말을 돌려줬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둘 다 그저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뭔데? 언젠데?'하고 다시 물으니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속 테이블만 바라봤다. 정말로 곧 얘기할 것이 확정이라면 그저 내게 '며칠이니까 와 OO누나도 곧 얘기할 거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상황은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한 사람들 같은, 나를 초대할지 고민했을 것 같은,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


  이럴 바엔 그냥 그녀랑 좀 친해지자 생각했다. 내 속도가 있지만 그냥 좀 친해지면 되지 않나 싶어 다가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뒤로 우리는 편해졌다 생각했는데 나와 친한 여동생에게 내 욕을 했다고 한다. '너를 견제하는 것 같다.', '나는 걔가 불편하다.' 나와 친한 동생은 둘이 친한 걸 알면서 왜 욕을 하는지 불편했다고 한다. 욕을 하는 게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며 나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심지어 두 번째는 다른 사람도 있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다른 자리에서도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하지 않은 내게도 다른 사람 욕을 했듯이...

  


  이런 상황이 생기며 나는 무척 반발심이 들었다. 내가 결혼했다면 다 일어나지 않았을 일, 난 그냥 연애를 하고 싶은 거지 스쳐 지나갈 인연들과 이런 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 모두 초반엔 무척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나도 경계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인데 조금 경계한 것을 특별한 존재니 이너서클이니 해가면서 급작스럽게 자신의 친분 영역에 들이려 하다가 안되니 나를 놀려대고 뒤에서 험담을 했다. 본인을 거절하면 험담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가? 참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미숙한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일에 결혼 생각이 드는 것도 비참했다. 마치 화려한 싱글과 유부녀 그 어디엔가 서있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싱글이라고 하기엔 이젠 노는 게 썩 즐겁지 않다. 그저 누군가에게서 안정을 찾고 싶고, 그게 지루하고 재미없고, 한 집에서 이래저래 티격 대더라도 이게 내 삶이다 하고 살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모임에서의 일이 내 영역이고, 내 삶의 일부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정류장 같이, 여기서 누군가와 오랜 친구가 되지 못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모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발가락 하나정도만 담그고 있는 그런 느낌...



  경제 공부를 하려 나왔다 할지라도 뒤풀이에 가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도 발가락 하나만 담근 마음은 몹시도 허무했을 것이다. 몹시도 의미 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몹시도 모순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갈등에 관여되고 싶지도,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하면서 나는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몇 가지가 있다.

  애초에 시간을 덜 할애하는 것이다. 마음을 덜 쓸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에너지를 덜 써버리는 게 해결책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제대로 대처하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정면으로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그대로 전달하고, 맞설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 말을 듣지 않는 이유를, 내게 불만을 품은 이유를 들을 것이다.

  나는 절대로 그녀와 똑같이 뒤에서 험담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나를 오해할지언정 그녀와 같이 편을 만들고, 사람들을 흔들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은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상대를 평가한다. 잠깐의 뒷담에 나를 평가할 사람들은 애초에 내 사람이 되기에 좋은 사람이 아니고, 많은 시간 속에 나를 좋은 사람이라 평가할 사람이 내 사람이 될 것이다.

  순간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뺏기지 말자. 나는 내 방식대로 지내면 된다.

  타인의 평가가 어떻든 나는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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