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민들과 눈 마주치기-2
제주 앓이. 펜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어요.
지난번 글이 다소 길어 잠시 멈췄다 다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또 사람은 펜션 사모님이다
브런치 첫 번째 글에서도 펜션 주인 부부에 대해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다. 3주를 머물렀고 가족들도 모두 왔다 가며 이야기도 많이 나눈지라 마지막 날 밤에 인사를 드리고자 했다. 1층으로 내려가 그동안 잘해주시고 궁금해해 주셔서 감사했노라고, 깨끗하고 따뜻하게 있다 간다며 인사를 드렸다.
주인 두 분은 10년 전 서울에서 내려오셨다고 한다. 근처 귤 밭까지 구입하여 펜션 겸 귤농사를 지으신단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제주도로 오셨다며 그 덕에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사모님은 좋은 사람이 오래 머물러 좋았다며 교회에 가면 내 이름을 외치며 무탈하게, 건강하게 머물렀다 가길 기도하셨다고 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종교는 없지만, 이 대목만큼은 내가 좋아한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잠시 머물다가는 나를 생각해주시고 잘 지내길 바라셨다는 것이 감사하다. 누군가가 몇 번이고 나의 안녕을 기원해준다는 것은 지금 당장 울적하지 않아도 위로가 된다. 떠올려보니 펜션에 처음 오던 날 체 했던 내게 따뜻한 물에 환을 챙겨주시고 다음 날 속에 좋다는 무를 넣어 죽을 끓여주셨다. 머물러 가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안녕을 바라고 기도하시는 분이기에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것 같다.
머물러 가는 사람은 많지만 보몽씨처럼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은 자기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며 나를 안아주셨다. 나 또한 사모님 덕에 포근하게 느껴졌던 공기, 깜깜한 귤 밭 사이에 어스름하게 켜져 있던 작은 등을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