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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Apr 28. 2022

내 삶이 불쌍한가 아닌가는 내가 결정하는 거다.

다시, 제주.

  또다시 혼자 제주에 왔다.

  혼자 오면 항상 가는 혼술 집이 있다. 고독한 미식가 세트를 시켜 맥주 한 잔을 해본다.

  

  이곳은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온다.  내 옆에 혼자 오신 여자분들이 앉는다. 한 분은 40대 중후반으로 보일까? 예쁜 원피스에 고운 화장에 웨이브의 긴 머리. 결혼하셨을까? 오랜만에 가족들로부터 휴가를 얻었을까? 통화 내용으로 미루어 보 아직 결혼하지 않으신 거라 예측해본다.

   나도 모르게 조금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본다. 더불어 나도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보일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쉽게 혼기가 지난 사람들을 딱하게 생각한다.



  며칠 전 친구의 언니의 친구가 49세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혼한 오빠의 조카를 자식처럼 키우며 대학 입학도 가는 걸 도왔다한다. 원룸에 살며 열심히 일했다한다. 그러나 그녀는 열심히 일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결혼도 하지 않고 일벌레처럼 살던 그녀였다. 친구와 나는 그녀의 삶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애도했다. 얼굴도 못 본 그녀이지만 친구 결혼식에서 축사를 했을 때 울었다던 언니 친구 중 한 명일까? 우리는 그때 스쳐 지나가듯이라도 만난 적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쉽게 홀로 떠난 사람들을 안쓰러워한다.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를 딱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인생을 모른다. 정말 진한 사랑을 했을지도, 내 인생을 사랑한다 말할 정도로 푹 빠져있는 취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일 때보다 혼자를 즐겼을지도, 누구보다도 보람찬 일생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드니 내가 그녀의 삶을 멋대로 평가해버린 것이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게 그녀를 평가할 자격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평가하지만, 내 삶이 불쌍한가 아닌가는 내가 결정하는 거다. 이번 인생이 내게 좋은지 좋지 않은지는 내가 평가하는 거다.


  요즈음 직장 내의 혹독한 평가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아직 결혼하지 않은 걸 걱정하는 친구의 마음에 흔들리던 나를 다시 한번 다독여본다. 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는 내 스스로 평가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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