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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Apr 29. 2022

죽기는 싫은데 살고 싶지 않아.

멍 때리기.

  제주에 여행을 오면 주로 책을 읽거나 생각하는데 이번 여행은 정신 차리면 멍 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말 무념의 상태에 있다. 일과 사랑 순탄치 않아 정신이 바빴던 탓인 것 같다. 오늘은 바다가 조금 보고 싶었는데 날이 흐려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남원에 도착하여 숙소로 향하는데 햇빛이 조금 비친다.


  '광합성은 기분이 좋지.'라는 생각에 바다 근처 카페를 찾아본다. 그렇지만 해가 들었다 났다 하며 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났다 한다. 그냥 해안도로나 달리자 해보니 어느덧 좋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먹구름 반 햇빛 반.


  이 정도면 만족하자 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 걸 좋아하는 나인데 오늘따라 뭔가 거슬린다. 차를 타고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보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

무념의 상태로 가다 보니 막다른 길.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올레길에 도착한다. 잠시 걸어보자 했는데 나만 있을 수 있는 해안을 발견했다.


  외진 올레길이라 아무도 걷지 않고, 그 길에서도 약간 빠져나온 곳이다. 가만히 멍을 때리는데 비로소야 해방된 느낌. 그 순간 '살려줘.'라고 속삭여본다. '나 좀 살게 해 줘.' '나 좀 살고 싶게 해 줘.' 누구에게도 부탁하는 것이 아니지만, 누군가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일상이 바쁘게 흘러가느라 몰랐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뜻과 다를 때는 화를 냈고, 무기력해진 나를 달래려 자꾸만 노력했다. 매일, 수용하자, 생각을 달리 하자, 힘을 내자 애써 채워 넣은 에너지는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 번 바닥났다. 그럼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 무기력하게 있어보기도 했다. 언젠가는 지나갈 일이라 생각했고, 이 시간을 최대한 잘 보내면 되리라 생각했다.

  살고 싶지 않은지.... 몰랐다. 그렇다고 죽고 싶은 건 아니다. 인생이 재미가 없고, 즐거울만한 일에도 즐겁지 않고, 즐겁더라도 그때뿐이다.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여행이 끝날 때쯤 멍 때리며 다 비워내고 괜찮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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