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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장 Feb 06. 2022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과거에 영향받는 삶.

  얼마 전 애인이 생겼다. 항상 바라 온 마음이 느긋한 사람이다. 우리의 시작도 느긋했고, 그 덕에 자연스레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 부부가 연 미술 전시를 보러 가자 한다. 장난스럽게 '이렇게 빨리 소개해주고 싶어?'라고도 하고, '나는 금방 소개받긴 좀 부담스러운데.'라며 무겁지 않게 표현도 해보지만, 나는 컵, 휴지를 만지작 거리며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인다. 친구를 소개해 주는 게 꼭 목적이 아니었다며 그는 조금 당황했다. '부담스러우면 혼자 다녀오겠다.' 한다.


  나는 그전엔 이런 게 부담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애인의 친구도 모자라 썸남의 친구도 만나곤 했었다. 워낙 외향적이기도 했고, 그들의 친구를 보면 그를 더 잘 알게 될 거라 생각했고, 아마도 내가 그만큼 좋은가보다 여겼다. 



  부담스러웠던 건 바로 전연애에서부터 였다.  친구를 내게 소개해주는 게 아닌 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느낌. 자신의 단점을 나로부터 채우려 하는 낮은 자존감. 이 사람은  왜 자신감이 없을까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의 여사친이 '넌 진짜 여자 잘 만나야 해. 걱정되니까 여자 친구 생기면 나한테 데려와. 내가 봐줄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싸함을 느낀 나는 거절하고 말았다.


  그의 친구만은 보고 싶지 않았고, 결국 그 친구들로 인해 헤어지고 말았다. 항상 예찬하던 그 친구들이 부도덕적인 행동을 부추기고 환호하는 집단이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애인의 친구를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 여기자 이런 과거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럼 나는 과거를 벗어나지 못한 걸까,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 걸까 조금 괴로움이 올라온다.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현재에 불만이 있을 때 비슷한 과거가 떠오르거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이런 생각으로 현실로 돌아와 본다.

  친구 부부를 본다는 건 더욱 부담이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우리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만나는 것... 나에 대한 평가가 신뢰 로운 부부관계 안에서 세세하게 진행될 것 같다는 걱정. 생각해보니 애인의 친구 부부를 만나본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과거의 영향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한 번 겪은 상처에 대해 조심하고자 하는 건 나쁜 건 아닐 거다. 나를 다독이며 생각한다.


쿨한 척하지 말고

낯가림 없는 척하지 말고

그냥 불편하다고 하자.


쿨한 척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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