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브런치에 글쓰기 유독 힘든 이유
타인에게 감정을 쏟아놓는 일
글쓰기에 재미를 느낀 건 고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중학생 때 다이어리 꾸미기가 한창 유행이었다. 다이어리를 꾸미고 싶었지만 그런 능력은 없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조금씩 적어 넣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은 나의 경험과 느낌을 적어보고 싶었다. 처음엔 마구잡이로 써 내려갔다. 데스노트라는 생각이 들만치 나의 분노를 여과 없이 쏟아낸 적도 있었고, 어떤 이를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한 독백이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10년 넘게 가까이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는 정갈하게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사람을 향한 글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사물이나 자연환경, 여행 경험을 적어보기도 한다.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부자연스러운 글귀가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본다.
그렇기에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설렜었다. 5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 나는 이곳에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친구는 브런치에 글을 쓰다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글은 잘 쓰고 있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제주에 있을 땐 곧잘 썼는데 요즘은 좀 어려워.' 하고 대답한다.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나 혼자 일기에 쓸 때는 앞뒤 맥락 없이 느끼거나 쏟아내는 방식이었는데 누군가 본다고 하니 전후 사정이 설명되어야 할 것 같고 읽기 편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구절절 설명하다 보면 글 쓰는 재미가 없어서 끝맺지 못하게 돼.'
그러자 친구는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곤 해. 그래도 누군가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더라.' 한다.
그 친구는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를 잘한다. 그녀의 성격 그대로 글쓰기에도 거침이 없고 결과적으로 그녀는 많은 이들이 찾는 작가가 되었다.
반대로 나는 솔직하게 표현하긴 하지만 격하지 않게 드러내려 애쓴다. 내 감정으로 인해 영향받을 상대방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 성격 그대로 글쓰기도 남에게 보인다 인지하자 잘 읽힐지, 나의 감정으로 인해 무심코 읽었다 기분이 상하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바꿔 말하면 타인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그렇기에 타인도 크게 영향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다. 타인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 힘든 건 이런 까닭인 것 같다.
성격이 글쓰기에 영향을 미칠 줄은 알고 있었지만 글을 쓰기 쉽다, 어렵다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을 몰랐던 일이다. 한 사람의 성향은 이런 세세한 것에도 영향을 준다 하니 조금 재밌기도 하다.
자유롭게 글 쓸 수 있는 이곳에서 조금은 연습해보려 한다.
글쓰기를 시작했던 여고생처럼 서툴지만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