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오기로 한 친구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무슨 일이지. 연락은 없어?' 하고 물었다. 친구가 단톡방에서는 이야기를 하는데 못 온다, 늦는다 연락이 없다 한다.
'아 그럼 까먹었나 보다. 연락해서 왜 안 오냐고 한번 물어봐.'
친구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답하지만, 나는 간단히 연락할 수 있는 걸 왜 연락하지 않지 의문이 생긴다.
'연락해봐. 왜 연락을 안 해?'
그러자 친구는
-'난 친구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 거야. 지금쯤 약속 잊은 걸 알았을 거야. 지금부터 평가의 시간이야.'
이건 무슨 소리일까? 약속을 잊은 친구를 왜 평가할까? 약속을 잊은 게 아니라면 왜 오지 않는지 물어보면 간단할 일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힘쓰고 있는 느낌일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슨 평가를 해ㅋㅋㅋ 그냥 연락해봐ㅋㅋ 해보라니까?'
나는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로 조금은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연락을 여러 번 권유해본다. 약간의 강요가 들어갔을지 모른다.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약속을 잊은 친구에게 왜 안 오니? 너 때문에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하며 약간의 핀잔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그 애의 말처럼 정말 상관없는 일이라면 평가 따위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권유 반 강요 반 섞인 나의 말투에 그 애는 답한다.
-'너는 니 말만 맞고 내 말은 틀리지? 내가 틀렸다 잘못했다 해야 끝나는 거지? 참고 있는데 왜 자꾸 내 화를 돋워?'
'친구한테 화난 거였구나? 그럼 친구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아니. 난 너한테 화난 거야.'
'나한테 화난 거라고? 왜?'
-'알았어. 연락하면 되잖아. 지금 언제 오냐고 연락했어!!!.'
나는 이해할 수 없음에 물음표 살인마가 되어갔다.
그 뒤의 내용은 생략하고...
나중에 화가 가라앉은 친구는 오지 않은 친구에게 화가 났지만 자긴 평소에 화를 잘 못 내서 참고 있었던 중이었던 것 같다 한다. 내가 자꾸 연락해보라 한 것은 예스맨인 본인에게 강요로 느껴져 본인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뒤로 많은 생각이 든다. 평소 화를 내지 않는 친구이다. 나의 물음표들이 친구를 화나게 했던 건가? 그냥 얘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것에 나와 다르다고 너무 의구심을 품었던 걸까?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물음표가 떠다닌다.
20살 정도가 되면서 나는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나와 다른 가치관, 경험들과 부딪힐 때면 그 사람은 그 상황에서, 그 성격 상 그랬을 거야 하며 긍정적인 쪽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많은 시간을 왜 그랬는지 물으며 이해하며 보냈다. 그러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오늘처럼 생각의 더미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내 친구의 행동은 소심함 또는 자격지심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내 친구를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아 자꾸만 머리를 굴린다.
아마도 나는 친구를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정적인 걸 소화시키기 싫은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긍정적인 것만 내 세상 속에 있었으면 하는 것... 누군가 내게 '네가 보는 세상은 무지갯빛 같아.'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의 생각은 여기서 멈춘다.
그래서 결국 친구를 수용하는 쪽을 택할지, 이해는 안 되지만 그냥 넘길지, 혹은 이 친구를 앞으로는 조금 멀리해볼지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에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한 것 같다. 결론을 내리고 싶으니까...
[보류]라는 선택을 해본다.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보류의 기한]을 정해 본다. 기한을 정하자 애매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내 결정은 내 친구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 평가를 해보겠다.'
사소한 것에서 평가의 잣대를 들이민 친구가 다 이해되지는 않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생각을 잠시 내려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