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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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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Feb 25. 2022

이유 없는 눈물은 없어

"엄마, 왜 모두에게 눈물이 있는 거야"

아들이 물었다.

"그러게, 왜 눈물이 있을까?"

질문을 되물어보며 답할 시간을 벌었다.

"음, 눈물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더 좋아지거든."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

아들은 이내 수긍했다.

두 달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숨을 헉헉거리며 발로 땅을 디뎠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땅이 힘껏 발을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차오르는 숨을 내뱉던 내 옆으로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갔다. 알루미늄 지팡이가 땅을 먼저 디뎠다. 텅 빈 알루미늄 소리가 '탕'하고 울렸다. 이내 할머니 두 발이 교차하며 따라왔다.
순간 머릿속에 산복도로 계단을 오르는 할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숨을 헐떡이다 달리기를 멈췄다.

하늘 끝에 닿아있던 산복도로 계단. 계단은 100개가 넘었다. 계단 너머 할매 집이 있었다. 할매가 손에 꼭 쥐었던 알루미늄 지팡이가 먼저 계단을 짚었다. 연이어 할매는 "읏차" 소리를 냈다.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왼발 오른발이 계단을 디뎠다.

눈물은 닦을 새도 없이 흘렀다. 그리움이 눈물이 됐다.
주머니를 뒤적이자 겨울바람에 흐르는 콧물을 닦던 휴지가 돌돌 말려있었다. 말린 휴지를 다시 폈다.
'이게 무슨 청승이야. 길바닥에서.'
할매의 뒷모습이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벤치에 앉아 눈물을 닦았다. 휴지는 너덜너덜해졌다. 흘러넘치는 슬픔을 침을 넘기듯 삼켰다. 얼마 못 가 슬픔을 삼키기가 힘들었다. 슬픔이 넘쳐 울음으로 터졌다. 아가처럼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만, 그만하자.' 들숨 날숨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넘치던 슬픔은 잔잔해졌다.

할매가 이승을 떠난 뒤, 그를 향한 그리움은 온전히 내 몫이다. 창호지 사이 불쑥 들어온 손가락처럼, 그리움 조각은 불쑥 슬픔을 던져준다. 눈물은 정해진 총량도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왜 모두에게 눈물이 있는 걸까. 다시 아이의 질문을 생각한다. 아이에게 답한 것처럼 눈물을 흘린 뒤 기분이 한결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적어도 이유 없는 눈물은 없겠지.'
어정쩡한 결론만 냈다. 눈물에 흠뻑 젖은 다음번에는, 또 그다음번에는 아린 마음의 고통이 덜하길. 눈물이 마음의 통증을 뺏어가길.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바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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