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하루였다. ‘10월 16일, 결혼기념일’ 달력에 빨간 볼펜으로 새겨 넣은 단어가 보였다. 오전 6시부터 시작한 하루. 눈꺼풀이 저절로 감길 만큼 피곤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인데도, 기념일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뭔가 특별한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둔 시간. 신랑이 물었다.
“나가서 맛있는 것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아들 먹고 싶은 거 있어”
“응, 식당 가서 맛있는 거 먹을래.”
지친 몸뚱이 때문에 그저 소파에 찰싹 누워 있고 싶었다. 아들의 한 마디는 나를 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래, 나가자. 뭐라도 먹자.”
그렇게 도착한 한정식 집. 우엉잡채, 수삼튀김, 한방수육 등등 먹음직한 음식들이 한 상 차려졌다. 배고픈 아이들은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다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입을 쩍쩍 벌린다. 배가 부른 아이들이 뽀로로를 찾는다. 뽀로로 영상에 아이들을 잠깐 맡기고 그제야 한 숟가락을 떴다. 마지막 한 숟갈을 먹은 뒤 식당을 나오니 손톱 같은 초승달이 밤하늘에 얼굴을 배꼼 내민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킁킁거리는 아들을 따라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금목서가 반긴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에 연신 코를 킁킁거렸다.
“아들, 꽃향기 맡아볼래?”
“응”
아들을 번쩍 들어 금목서 꽃 가까이 얼굴을 대줬다.
“와 좋다. 엄마랑 같이 맡으니 더 좋아.”
“응, 엄마도.”
내 얼굴에, 신랑과 아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을 꼭꼭 눌러써 오늘을 기록한다.
4주년 결혼기념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