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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Aug 25. 2020

다시 일상이 멈췄다.

‘어린이집 휴원.’


3월 어린이집 휴원 통지를 받았을 때. 앞이 깜깜했다. ‘어떡하나….’ 자신이 없었다. 24개월 아들과 8개월 된 딸.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이 둘은 혼자 감당해야 했다. 5개월이 지났다. 어린이집 문을 닫게 만든 코로나 19가 다시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졌다.


다시 일상이 멈췄다. 놀이터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매일 아침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먹이던 아들은 ‘어린이집 안 가도 된다’는 소식에 히죽였다.

아이들은 자랐다. 좋고 싫음을 또렷이 의사 표현하는 아들,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딸. 두 번째 찾아온 휴원 결정은 담담히 받아들여졌다. 경험치가 쌓인 덕분이다.


핑크퐁 영상에 빠진 아들 얼굴을 바라보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뒤적인다.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 ‘동물들의 시국선언’, ‘2040년 해운대가 잠긴다’.

매일 올라오는 뉴스는 보는 내내 암울하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반성은 늦었고 지구의 온도는 올라간다. 먹방을 보다 삼겹살 프라이팬에 수시로 구워 먹은. 비닐봉지를 아무렇게나 사용한 내가 한 짓이다.

영상을 보며 해맑게 아들이 웃는다. 어깨를 들썩이며 환한 미소로 딸이 나를 본다. 행복, 슬픔, 고통, 기쁨을 맘껏 누리며 생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다. ‘미안하다’는 사과만으로 생생히 빛날 아이들을 앞날을 보장해줄 수 없다. 저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육식을 줄이자. 잡고 잡아먹는 굴레를 조금이라도 끊자.’


고기반찬은 쉽다. 단백질 덩어리를 지글지글 열기가 올라오는 프라이팬에 올리고 소금, 후추만 뿌려주면 완성이다.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하다. 가끔 든든하다 못해 턱 끝까지 음식이 차기도 했다. 중고서점 앱에 접속해, 오랫동안 봐 뒀던 채식 요리책을 구매했다. 늦었다. 하지만 나의 움직임이 더디게 지구를 바꾸는데 티스푼만큼, 소금 한 꼬집 정도라도 도움이 된다면.


장을 보다 마트 정육 코너 앞에 섰다. 내 손가락 두 개를 꼭 잡고 서 있는 아이를 봤다. 빈손으로 채소 코너로 걸음을 옮겨 버섯을 종류별로 샀다. 일주일에 세 번 먹던 고기반찬을 한 번으로, 그러다 2주에 한 번으로 줄이자. 수시로 사 먹던 배달음식 대신 집밥으로. 수고로움을 더하고 몸을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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