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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Dec 07. 2020

20201207, 네가 태어난 지 1000일 되던 날.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가면, 시장 입구 떡집에서 꿀떡을 젓가락에 끼운 걸 하나 손에 들어줬다. 한 손에는 꿀떡을, 다른 한 손에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누볐다. 빨간 고무대야에 펄떡 거리며 살아있던 생선들, 왁자지껄한 상인들 목소리. 어린 눈으로 본 시장은 만화영화처럼 재미있었다.

시장 풍경 속에서 자란 나는, 오늘 하온이 손을 잡고 단 둘이 시장을 갔다. 내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손을 잡고 있으면, 손의 온기에 땀이 찼다.
27년 전 나처럼, 하온이 왼손은 어묵 꼬지를, 오른손은 내 손을 꼭 잡았다. 횟집 수족관 앞에 서서 방어, 우럭을 한 마리씩 세어보고, 어묵 꼬지 한 입을 베어 문다.

"엄마, 저 물고기는 왜 뿔이 났어?"
"응, 뿔이 아니라 수영을 잘하려고 필요한 지느러미야"

세상이 궁금한 세 살의 눈은 반짝였고, 쉴 새 없이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엄마랑 시장 가는 거 재미있어."
"엄마도."

어제와 비슷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 요즘.
화려한 축하파티도,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을 나눌 시간도 없었지만, 하온이와 온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집에 돌아오자, 하온이가 간식을 먹다 말고 내게 달려와 안긴다.

"엄마, 엄마는 최고의 엄마야.",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고마워,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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