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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Jan 01. 2021

경양식 돈가스

1990년대. 꼬꼬마 시절 외식은 창문에 궁서체로 '경양식'이라 휘갈겨진 식당이었다. 숟가락 젓가락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냅킨을 목에 꽂아 넣으면,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 옆에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체 봤던 외국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도도한 척도 척척했다.

포크로 돈가스를 고정시키고 나이프로 서걱서걱 썰었다.
음식이 나오면 앞으로 가져가 먹기 좋게 돈가스를 썰어주던 엄마가 없어도 되는 어른이 됐다. 그때 엄마처럼 내 아이의 돈가스를 썰고 있다.

경양식 돈가스 한 입 베어 물고, 꼬꼬마 시절 어린 나의 기억을 한 모금 마신다.

돈가스 한 조각을 입안 가득 우물우물 먹는 아이 얼굴을 보고 접시에 놓인 돈가스를 아이 접시에 덜어준다.

엄마가 된 꼬꼬마는 경양식 집에 마주했던 그때 엄마가 돼 본다.

"맛있게 먹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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