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꼬꼬마 시절 외식은 창문에 궁서체로 '경양식'이라 휘갈겨진 식당이었다. 숟가락 젓가락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냅킨을 목에 꽂아 넣으면,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 옆에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체 봤던 외국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도도한 척도 척척했다.
포크로 돈가스를 고정시키고 나이프로 서걱서걱 썰었다.
음식이 나오면 앞으로 가져가 먹기 좋게 돈가스를 썰어주던 엄마가 없어도 되는 어른이 됐다. 그때 엄마처럼 내 아이의 돈가스를 썰고 있다.
경양식 돈가스 한 입 베어 물고, 꼬꼬마 시절 어린 나의 기억을 한 모금 마신다.
돈가스 한 조각을 입안 가득 우물우물 먹는 아이 얼굴을 보고 접시에 놓인 돈가스를 아이 접시에 덜어준다.
엄마가 된 꼬꼬마는 경양식 집에 마주했던 그때 엄마가 돼 본다.
"맛있게 먹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