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도.'
창문을 열자 아침 공기가 들어온다. 차갑고 싱그럽다. 들숨을 들이켜자 봄을 터뜨린 매화, 몽우리 진 목련이 함께 따라온다.
"너 주려고 프리지아 꽃 사서 오려는데,
집으로 오는 길에 꽃집이 안 보이더라."
엄마는 달큼한 향을 흩뿌리는 프리지아를 좋아했다. 평소 꽃을 사지 않던 엄마였지만 봄이 되면 프리지아 한 다발을 사곤 했다.
다육식물, 금목서, 금낭화, 고목나무..
우리 집 베란다는 만국박람회장을 방불케 했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온 각종 국적의 식물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양파처럼 생긴 히아신스는 봄이 되면 하늘 위로 기지개를 켜며, 꽃다발과 향긋한 향기를 뿜어댔다.
며칠 전부터 프리지아 꽃 한 다발 품을 기회를 찾던 나였다. 외출 가던 길 동선을 생각해 꽃집에 들를 참이었다.
때마침 엄마와 길을 걷다 꽃집 앞을 지났다.
"사장님, 이거랑 저거랑 주세요. 싱싱한 애들로 부탁드려요."
어릴 적 베란다서 봄을 뿜어대던 히야신스와 티브이 옆 화병에 꽂혔던 프리지아를 선택했다. 행여 꽃들이 상처 입을까 두 손으로 아이를 안듯 발걸음도 조심했다.
화병에 물을 담고 프리지아 줄기를 어슷하게 잘라 화병에 꽂는다.
히아신스는 아침 햇볕이 사선으로 들어오는 식탁 위를 차지했다.
"아빠, 저 꽃 좀 봐요. 예쁘다. 그렇지?"
오니가 꽃을 보며 웃는다. 봄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