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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Aug 15. 2018

난 동물이었다.

모유수유(1)

우리는 동물임을 잊고 산다. 모유수유는 내가 동물임을 자각하는 일이었다.

“모유수유 꼭 하세요. 아이에게 모유만큼 좋은 것도 없어요.”

산부인과에서 열린 ‘산모교실’. 강의에 나선 간호과장은 말했다.


‘그래 꼭 모유 수유해야지.’

크게 다짐하고 2018년 목표는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줄임말로 모유 외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로 정했다.

제왕절개 후 이틀 뒤 하반신 마비가 풀리고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보조기가 없으면 걷지 못했다.

모유 수유에 대한 강박관념은 무서웠다.

머릿속에는 태어난 지 3일 내에 모유를 먹지 않으면 젖을 거부한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자꾸만 머리 속에 맴돌았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빨리 모유는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일렁거렸다.

‘이제 걸을 수 있을 거예요.’

간호사 말에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수유실로 향했다.

손으로 보조기를 꽉 잡고 밀어가며 한 걸음씩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병실을 지나던 간호사는 “벌써 모유 먹이려고요?” 라며 놀랬다. 그의 눈빛은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처음으로 품에 안겨보는 내 아기. 조그마한 입에 젖을 댔지만 젖을 물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젖을 물리는 방법을 모르는 초보 엄마와 젖을 빨 줄 모르는 아기와의 만남.

바쁜 간호사를 붙잡고 방법을 물을 수도 없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뒷머리가 끈으로 조이듯 조여 왔다. 배고픈 아이는 울기만 했다.

젖을 물지 못한 아이는 울다가 지쳐 내 품에서 잠들었다.


결국 제대로 수유도 하지 못한 채 입원실로 돌아왔다.

젖을 먹이지 못한 내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피곤함에 지쳐 잠들었지만 신생아들의 울음소리에 잠이 깬 새벽.

배고픔으로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 얼굴이 떠올라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다음 날. 간호과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운 간호과장은 일사천리로 내 젖을 아이 입에 물렸다.

아이가 젖을 빠는 순간 ‘악’ 소리가 났다. 기쁘지 않았다. 고통이었다.

누군가 내 머리채를 확 잡아당기듯 엄청난 압력이 가슴을 당겼다.

아이는 얼굴과 몸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용을 쓰며 배고픔을 해소했다.

이렇게 수유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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