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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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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Mar 31. 2021

이방인. 2016

독일 베를린에서

바람이 불었고 햇빛이 반짝였다. 
하늘은 유유히 그들을 품으며 흘렀다. 눈을 감자.
햇살이 움직일 때마다 빨간빛이 선홍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바람이 흔들렸고 마이클이 들어왔다.

"너 되게 편해 보인다."

그의 말에 미소로 대답했다. 
다시 바람이 창문 앞 꽃과 풀을 흔들자.
마이클의 반려견 유키가 식탁 아래로 몸을 움츠렸다.

 "유키는 바람을 무서워해"

유키의 노란색 털이 식탁보 가장자리처럼 살짝 말렸다.

해가 지자 따뜻한 조명이 햇살을 대신했다.
맥주를 꺼내 들어 한 모금 들이키자.
용기가 생겼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단어가 하나 둘 튀어나왔다.

몸과 입술이 간질간질해질 정도로 취기가 오르고
나와 그들의 대화도 식탁 위에 올랐다.

'게이', '인권', '한국'

마지막 한 모금을 입에 털어 넣자
꽉, 움켜쥐고 있던 편견이 서서히 손아귀에서 흘러 빠졌다.


다음 날, 홀로 베를린 여행에 나섰다.
지하철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다.

마주 앉은 독일인의 시선이 교차한다. 
주가 아닌 객. 철저한 이방인.
언제든 난 이방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동경은 동경으로 끝내야 하는 것.
유럽에 대한 동경이 현실이 된 시점. 
창가에 비친 나를 보며 생각한다.

'난 얼마나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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