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았던 걸까. 시간을 잘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3년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 참 잘 썼다. 30개월 정도, 3세가 되면서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고 어린이집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되면서 나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을 체력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신의진 박사를 존경하고, 나의 롤 모델 같은 분이다. 나는 이 분의 모든 책을 구매해서 읽었다. 나에게는 금 동아줄과 같은 책 들이었고, 나는 있는 힘껏 세게 이 동아줄을 잡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소아 발달, 정신, 성장, 정서 등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그것을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정리하고, 기록하여 책으로 발간해 준 사실에 기뻤다.
저자는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 책에서 말한다. "사소한 걸림돌에 좌초되어 안달복달하는 아이와 ‘그 정도야’하며 가볍게 넘기는 아이 중 누가 더 빨리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그 차이는 부모가 만든다. 좌절을 견뎌 내는 힘은 감정 조절력이 얼마나 발달했느냐에 달려있다. 이는 3-4세 때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변연계에서 완성되는데, 정서적 교감을 잘 해주고,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 주고, 신경질을 내지 않고 허용적인 태도를 취할수록 잘 발달한다.
이때 엄마가 아이를 믿고 사랑한다는 긍정적인 정서를 심어 주면 엄마가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는 사춘기 이후가 되었을 때에도 충동적이거나 극단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조절을 잘해 나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좌절을 견디는 힘이 된다.
아이들이 어떤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엄마가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 주는 것. 그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신감과 어떤 좌절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아존중감으로 남는다. 그래서 좌절 속에서도 ‘나는 안돼’ 대신 ‘나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품고 또다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
"아이를 마음껏 사랑하라. 당신이 온전히 아이를 사랑한 경험은 아이가 컸을 때 그 아이를 지켜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됨을 명심하라. 보이지 않는가. 세상이 아무리 당신의 아이를 깎아내리고 지치게 만들더라도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며 아이가 꿋꿋이 세파를 헤쳐 나가는 모습 말이다."
나는 저자의 이 말을 내 삶의 사명처럼 지키려고 했다.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뼈져리게 알기 때문일까. 아이에게 다른 건 못해주더라도 '그 정도 쯤이야' 하며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만은 심어 주고 싶었다.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고, 정서적 교감을 잘 해주고,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화를 내지 않고 친절하게 아이를 대함으로 인해서 아이에게 용기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심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모든 것을 바쳐 해주고 싶었다.
맞다. 나는 오늘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 한 인간으로서 욕망하는 많은 성취들을 욕심만큼 다 해내지 못했다. 다행이다. 오늘 할 일을 다 끝내려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50%만 내 일에 힘을 쓰고, 나머지 50%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마음의 여유와 에너지를 남겨둔다.
나는 다시 한번 기억한다.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생명에게 꿈을 심어주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넘어지고 좌절해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강인함을 심어 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이것이 나의 사명이고,인생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되새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아이의 이 모습을 소중히 하며, 매일 하루를 잘 낭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와 함께하는 그 순간, 천 가지 비밀과 백 가지 희망과 꿈과 포옹을 나눌 수 있을 만큼, 그 순간에 진심으로 몰입되어 매일 매 순간 시간을 잘 낭비하고 싶다.
100세 인생에서 아이와 이런 몰입도가 높은 시간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15년 정도가 아닐까? 마음이 조급한 내가 나를 이해해주고 인내해 주었으면 좋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가족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만은 매일을, 매 순간을 기꺼이 행복하게 잘 낭비하며 살라고. 괜찮다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이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지금 마음껏 누리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