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하다!아니, 강해야 한다!

by 내 마음 맑음




요즘 유치원 공지사항이 뜨면 두렵다. 아침에도 밤에도 울린다. 매일 유치원 원아들 적게는 한명, 많게는 5명까지 코로나 걸렸거나, PCR검사 결과 대기 중 이거나, 음성이지만 증상이 있거나 하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앱을 통해 전해진다.


K-방역 국뽕으로 한참 잘난척을 했을때는, 정부와 보건소에서 철저히 방역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유치원에서 코로나 대응이 확실했고, 코로나가 있더라도 더 이상의 전파가 차단되고 관리되는 느낌이어서 그래도 안심할 구석이 있었다.


지금은 정부의 방침이 계속 변경되서 뭐가 뭔지 혼란스럽고, 명확한 방역 정책이 아예 없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도 학부모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유치원도 갈팡질팡하며 신뢰를 잃어가고 있지만, 강한 지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안위를 버리면, 가장 약자인 아이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는다. 이상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되었다.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한다!


지난 4개월 만에 유치원 원장이 두 번이나 바꼈고, 다음주 부터 새로운 원장이 온다고 한다. 그것도 알림장 앱을 통해 알게 됐다.


아이가 많이 아프다. 열이 39.5도에서 39.9지 간다. 38.6는 그나마 열이 내렸을 때다. 5세 아이가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


"엄마, 목이 아파, 몸이 아파"

"목이 너무 뜨거워. 몸이 너무 뜨거워"


라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면서 말을 하는데, 눈물까지 뜨겁다. 가슴이 찢어진다. 남편도 열이 38.2도, 나도 열이 38.3도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난 책임져야할 일이 있고, 아이를 지켜야 하는 엄마니까.

아이는 PCR 검사 음성이었고, 자가 키트 검사를 해도 우리 가족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응급실에 전화를 했더니, PCR 검사와 자가키트 검사도 100프로 믿을 수는 없단다. 지금은 코로나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팩트는 아이는 아프고, 나는 아이를 지켜야 하는 엄마다.

목이 아팠지만 브라질 친구에게 선물 받은 60프로 프로폴리스를 목구멍에 넣으면서 기침과 통증을 이겨내려고 했다. 프로폴리스가 아니라 진짜 벌이 목을 쏘는 느낌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든 일과 가정을 지키고 싶었고,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아이는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 없었고, 밤새도록 목이 아프다며 울었다.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잠들지 못하니 당연히 부모인 우리도 며칠 밤 잠을 자지 못했다. 남편도 나도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는 것을 병행하면서 양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나도 남편도 지쳐 있었나 보다. 결국 우리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죽어도 절대 하기 싫은,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이란 걸 해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꿈을 꾸다 잠이 깼다. "나도 엄마가 필요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여 나왔다. "아~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 이 말이었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이를 돌보느라 밤새 한숨도 잠을 못 자고 지칠 대로 지친 남편이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나도 기댈 사람이 필요해. 나도 도움이 필요해. 그러니까 조금만 날 안아줘"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내가 쓰러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정말 미안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안아줬으면 됐을 것을...

요즘 타이레놀 품귀현상에 달콤한 맛의 유아용 타이레놀과 해열제 액체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성인용 타이레놀을 가루로 만들어서 처방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아이는 아무리 맛있는 쥬스에 타줘도 쓴 가루를 먹기 힘들어했고, 한번 맵고 쓰다며 거부한 약을 다시는 먹기 싫어했고, 모든 쥬스 마저도 먹는 것을 거부했다. 그렇게 약을 다 거부하고 먹 않으니, 약은 계속 버려졌고, 아이의 증상은 계속 나빠졌다.

대부분 약 다 버려서 약이 떨어진 나는 일요일 아침 응급실에 전화했다. 간호사랑 통화를 하는데 아이 증상을 설명하면서 끝내 참고 있었던 눈물이 터졌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간호사는 응급실로 아이를 바로 데려 오라고 했다.

아무리 강한 척을 하다가도, 아이의 아픔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마음이 무너진다. 아이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빨개졌고, 이틀 전 부터 목이 아프다며 아무것도 먹은게 없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이 기력이 쇠약해졌고, 약은 겨우 설득해서 먹이고 있으나 버리는 것이 더 많고, 아무런 힘이 없으니 가만히 누워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울기만 했다. 울다 지쳐 겨우 잠들어도 눈가에 눈물이 계속 맺혀있고 기침은 계속 되어 금새 잠이 깼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밥을 꾸역 꾸역 먹고, 약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렸다. 젤리와 사과쥬스를 사서 약을 몰래 타서 최대한 아이에게 먹이려고 했다. 래도 아이는 엄마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눈물 흘리며 계속 누워만 있다. 겨우 일어나 걸었는데 첫 걸음마 하듯이 비틀거린다. 그 어떤 약보다 아빠 엄마 품에서 토닥토닥 위로를 받는 것이 아이 마음에 가장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내가 아이를 직접적으로 낫게 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가 가장 힘들고 아플 때 아이 옆을 지켜주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이고 싶다.


3년 동안 아이를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키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평생 죽어서도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를 위한 선택이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내 선택에 만족한다. 그때는 "네가 아이를 낳아보면 부모 마음을 알거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부모를 포함해서, (특히 3세 전) 아이보다 그 어떤 다른 일을 우선으로 하는 부모들을 비난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커녕, 아이를 낳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부모들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워킹맘이 되고 나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지쳐 쓰러져 낮잠을 잘 때나, 밤에 잘 때 주로 새벽에 밤을 새서 일을 했다. 가끔은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도 남편에게 맡기고 모른척하고 일을 재촉했다. 일을 빨리 끝내면 전적으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말이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렸지만 그래도 닦으면서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섞인 묘한 감정 때문에 나를 한계치로 몰아갔다. 아이를 정말 너무 사랑하는데, 가끔은 아이의 외로움과 아픔을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하는, 부모의 다급하고 찢어지는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시간에 함께 이겨낼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아무리 큰 역경이 다가와도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메시지를 아이의 깊은 무의식과 마음 속에 심어주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남편과 나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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