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 사람들과 엄마가 된 사람들에게

신의진 저자의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책의 서평

by 내 마음 맑음

(2019.05.26 작성한 글)


임신 4개월 무렵,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사랑니가 갑자기 말썽을 피웠다. 심지어 사랑니가 위, 아래 쌍으로 날 괴롭혔다. 치통은 3대 고통이라고 불릴 만큼 고통스럽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건지, 치통이 나의 온 신경을 지배하는 나날들을 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치과를 찾아갔다. 하지만 웬걸! 임산부의 사랑니를 선뜻 받아주는 치과는 어딜 가도 없었다.


이를 뽑고 나면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데 진통제는 그렇다 쳐도 항생제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태아가 잘못되면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치과에서 이빨을 제대로 닦는 법을 배우고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치통이 몇 주를 가면 사람이 미쳐간다. 그래서 나는 임산부 이빨을 뽑아주는 치과가 없는지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또 웬걸! 나 같은 임산부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치과를 찾아봤더니 서울에 당당하게 임산부와 태아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치료를 하는 치과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사랑니 두 개를 뽑고 3일을 거의 먹지 못했다. 이걸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의사나 전문가들은 치아에 이상이 있거나 사랑니가 있을 경우, 임신 전에 모든 필요한 치과 치료를 미리 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와 관련된 정보는 내가 집에 가지고 있었던 출산, 육아 관련 서적에도 적혀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을 이 상황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런 고통을 직접 겪기 전에는 그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정확한 의학적 근거를 더 알아봐야겠지만, 내가 이해한 것은 임신을 하면 호르몬 변화가 생겨서 입안이 더 빨리 부패하고, 영양이 대부분 태아에게 가기 때문에 치아와 잇몸이 약해져서 치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변화! 맞다! 임신 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나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내 몸과 마음의 상태는 달라져 있었고, 경력을 쌓고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가 되기 위한 공부의 필요성을 알지 못했고, 어느 것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무방비 상태로 모든 쓰나미를 맞고 있었다.


내 아이는 지금 7개월. 나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뭔지 모를 사랑니처럼 불편한 어떤 정체 모를 감정을 무의식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었으며, 임신 전에 해결해야 했던 사랑니처럼 해결되지 않은 많은 것들이 찌꺼기처럼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심의진 교수의 책 그리고 오은영의 “화해”라는 책을 임신 전에 혹은 늦어도 임신 중에 읽는 것을 나는 추천한다.


왜냐면 엄마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달라져 있는 호르몬 변화 때문에, 나 스스로 혹은 타인과의 관계가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상황이 괜찮아지고, 호르몬 변화가 좀 안정되거나, 체력적으로 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감정도 안정을 되찾고 매섭게 몰아쳤던 폭풍우 같았던 마음에도 잔잔한 파도가 출렁 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의진 교수는 임신 전에 해결되지 않은 많은 관계나 상황으로부터 온 상처와 감정들을 모두 미리 정리할 것을 말한다. 정리하지 않으면 그것이 언젠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임신 중이나 출산 후 감정의 쓰나미를 감당할 정신도 체력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때부턴 쓰나미로부터 나를 추스를 시간이 없다. 그 쓰나미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결국 아이도 나도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힘든 순간들이 닥쳐오면 이와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강하게 버티고 있는 내 두 다리를 주저앉게 할지도 모른다. 사실 엄마가 되기 전에, 부모라는 그 거룩한 타이틀을 받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되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부모가 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다 떠나서 아이의 모든 상황을 받아줄 수 있는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의 그릇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묵직한 산과 같은 체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엄마들은 몇 번이나 그 그릇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경험을 한다. ‘내가 이렇게 약한 존재였구나’를 실감하며 보낸 시간들이 지나면, 어느새 깨진 조각들을 테이프가 아닌 시멘트와 같은 강력한 접착제로 붙여가며 산산조각 난 그릇을 더욱 견고히 만들어간다.


이것이 엄마들이 만들어가는 울퉁불퉁하지만 멋진 그릇이다. 이것은 엄마로 성장해가는 많은 여성들이 겪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두 책을 읽으면 그릇의 크기를 바다처럼 깊고 넓게 만드는 이상적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몇 번 세차게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을 만큼 좀 더 단단한 그릇을 가지고 출산과 육아라는 폭풍우와 같은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페이지에 그림 하나를 삽입한다면, 테이프로 붙인 조각들을 모아둔 작고 초라한 회색 그릇을 그릴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이 그릇은 여전히 시멘트처럼 칙칙한 회색일 것이다. 하지만 시멘트처럼 견고하고 단단한 그릇이 되어 아무리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것이며, 다시 봄이 온 것처럼, 또 봄이 찾아오면 이 그릇 안은 따뜻한 봄의 온기로 가득 채워질 것이며, 천 개의 색깔로 하늘에 수놓는 나비의 날갯짓이 봄바람을 타고 와 어느새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으로 이 그릇을 물들일 것이다.


그래서 울퉁불퉁한 모든 부모들의 그릇은 참으로 아름답고 감사하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릇에 담긴 그 물이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눈물이었다는 것을… 모든 엄마 아빠들이여… 당신의 울퉁불퉁한 그릇 만들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그 그릇은 진심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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