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EAful Oct 19. 2021

10. 알고 가는 길

빨간머리 앤 홍차 인문학 10

해야 할 일 : I am sorry now.


앤은 자신의 방에서 상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로움은 이미 익숙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외로움은 크지 않아도 그리움을 커졌을 것이다. 창문 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을 직접 만날 수 없음에 대한 그리움 말이다.


“Well now, Anne, don’t you think you’d better do it and have it over with?”


여태 이것저것 많이 상상했지만 앤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매튜 아저씨가 아무도 모르게 2층 앤의 방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해야 할 일이라면 하고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아저씨의 말에 앤의 마음이 움직였다.


“I am sorry now. I wasn’t a bit sorry last night.”


어제는 분명 미안한 마음도 없는데 사과할 수 없다고 했지만, 하룻밤이 지나자 앤은 린드 아주머니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튜 아저씨의 말대로 어차피 해야 할 사과라면 빨리 하는 게 좋고, 이왕 할 거면 완벽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앤의 결심을 들은 마릴라는 우유를 다 짠 후에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이제 앤에게는 자신의 곁에서 자신의 발걸음에 맞추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누군가가 있다.



우유


따뜻한 차에 고소한 우유를 넣어서 한 모금 마시면 세상 부드러움이 다 들어있을 것 같다. ‘있다’고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타인과 밀크티는 즐거움이지만 나와 밀크티는 괴로움이다. 우유를 좋아하지 않으니 밀크티를 즐길 수가 없다. 분명 눈은 맛있다고 하는데, 입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wikipedia)


1879년에 발견된 스페인의 알타미라(Altamira) 동굴벽화는 구석기시대 후기인 약 1만 8천 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굴의 길이는 270m이며 그림이 그려진 곳은 세 곳이다. 사우투올라((M. de Sautuola, 1831년~1888년)는 자신의 딸과 함께 동굴벽화를 발견하고 세상에 알렸지만, 당시 선사시대 예술연구의 주축이었던 프랑스 학자들은 그의 연구를 사기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1895년에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벽화가 발견되면서 알타미라 벽화를 재조사했고, 프랑스 미술학자 에밀 카르타이야크(Emile Cartailhac, 1845년~1921년)는 1902년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사우투올라가 세상을 떠나고 14년 만의 일이다.


1985년에 세계 유산에 등재된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17개의 동굴벽화를 2008년에 추가하여 유산의 범위가 넓어졌다. 알타미라 동굴의 입구는 거대한 돌에 막혀있었고, 벽화들은 깊숙한 곳에 그려져 있어서 외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잘 보존되었다.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이자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벽화에는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된 동물 그림들이 있다. 사슴, 말, 노루, 멧돼지 등과 함께 100여 마리의 들소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 거대한 들소는 소의 조상 오록스(Aurochs)이다. 수만 년 동안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야생으로 서식하다가 8천 년 전에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오록스는 1627년에 폴란드에서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면서 멸종되었다.


학자들은 1만 년 전에 동물을 가축화한 직후에 낙농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최초의 낙농 동물은 약 9천 년 전의 양이고, 그 뒤를 염소, 소, 당나귀 등이 따랐다. 가축화가 진행되면서 드물게 우유를 마시다가 정기적으로 마신 최초의 사람은 서유럽 초기의 농부와 목축업자라고 한다. 우유에는 과일과 단 음식에 들어있는 당과는 다른 형태의 유당(乳糖, milk sugar)이 들어있다. 이 락토스(lactose)를 소장에서 포도당과 갈락토오스(galactose)로 분해시켜 흡수되도록 하는 유당분해효소가 락타아제(lactase)이다. 인간은 아기일 때 락토스를 소화할 수 있는 이 효소를 만드는데, 6~7세가 되면 대부분의 경우 중단된다. 성인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락토스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어 헛배가 부르는 등의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유전적 진화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계속 효소를 만들 수 있다. 유럽인은 대부분 어른이 되어서도 효소를 계속 생산하지만, 많은 아프리카인과 아시아인 그리고 남미 사람들의 경우는 흔하지 않다.



집으로 가는 길 : It’s lovely.


앤은 멋진 연극 한 편을 마친 것 마냥 기분 좋게 사과를 끝내고 마릴라 아주머니와 함께 초록지붕 집으로 향했다. 사과를 하고 용서받는 건 마음이 편안하고 사랑으로 찬 느낌이라며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바로 집으로 가는 길, 집이라는 것을 알고 가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얘기한다.


“It’s lovely to be going home and know it’s home, she said. I love Green Gables already, and I never loved any place before.”


마릴라는 앤에게 네가 착한 아이가 된다면 넌 언제나 행복할 거라고 답한다. 앤은 처음부터 착한 아이는 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마릴라에게 1순위는 언제나 앤이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If you’ll be a good girl you’ll always be happy, Anne.”


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릴라 아주머니가 원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길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완벽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앤은 사과해야 할 일에 사과를 하는 아이가 되었다.



원문 : www.gutenberg.org 참조



매거진의 이전글 9. 깡마르고 못생긴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