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브랜딩 종사자 이야기
"제가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잘 어울릴만한 이름 하나 지어주세요."
간혹 두서없이 던져진 클라이언트의 당혹스러운 의뢰이다.
어떤 업종인지, 언제 설립 예정인지, 타겟층은 무엇이며,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지 등의 설명 따윈 생략하고 '당신 브랜딩 한다며? 괜찮은 이름 하나 던져봐! 나이키나 애플처럼' 을 기대하는 듯한 말투다.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브랜드란 창작자(혹은 그 대표)가 가진 철학과 삶의 태도의 연장선이다.
하다못해 핸드폰 케이스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을 예상할 수 있듯이
수익 창출이 목적인 비즈니스의 이름은 창작자의 수많은 고민과 취향이 담겨있어야 한다.
좋은 브랜드 네이밍의 기초 조건은 단 2가지이다.
누가 봐도 기업 이미지를 잘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쉬워야 한다.
특히 '나 이런 브랜드야!!'라고 외칠 수 있는 이름이 좋다.
이를테면 '배달의 민족' 사명 역시 본질에서 시작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배달을 시켜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좋은 네이밍은 좋은 광고 카피로도 이어진다.
고구려 벽화 앞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류승룡의 광고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을 유쾌하게 외치기도 하고, '치킨은 살 안 쪄요! 내가 쪄요!'라며 은근슬쩍 치킨 배달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처럼 업종을 대표하는 이름을 짓기 어렵다면,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쉽게 녹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번 부은 기름에는 치킨 60마리만 튀긴다는 '60계 치킨'처럼 말이다.
한 카테고리 안에서 눈에 띄려면 이름부터 달라야 한다.
또 다른 숙박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어떨까?
시작은 '민수야 놀자!!'처럼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언어에서 픽업되었다.
친근한 이미지에 야놀자 어플의 주 타겟층인 20대를 겨냥해 '놀러 가자!'의 의미를 더해 완성된 이름이다.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등의 뻔한 '투어' 작명법에서 벗어나 신선한 네이밍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단연 차별화되는 네이밍이다.
브랜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좋은 브랜드명은 브랜드를 만든 사람으로부터 탄생할 때 가장 가치 있다.
브랜드가 가야 할 길과 정체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잊지 마라, 좋은 네이밍은 의외로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성공하면 이름을 빛내지만
이름이 성공해서 사람을 빛내는 일은 없다.
브랜드 실체와 이름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참고도서 -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