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세계』를 창간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삶에서 의미를 찾고, 또 의미를 부여하려하는 오늘, 우리 사회는 축축한 외로움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늪의 밑바닥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숱하게 봐온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과 우울증 비율, 왕따, 직장 내 괴롭힘 등 사회 폭력, 분노로 가득 찬 칼부림 등에서 머물지 않을 것은 명백합니다.
지난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을 대상으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조사했습니다. 17개국 중 14개국이 1위로 ‘가족’을 뽑았지만, 한국은 3위에 그쳤으며, 1위인 ‘물질적 풍요’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전체의 평균 수치를 넘지 못했습니다. 물론, 돈이 있어야 가족도 지키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관점으로 조사 결과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가족과 같은 중요한 가치를 경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러한 가치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 부족함을 한탄하며, 돈이라는 수단을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치의 무게를 짊어지고 싶지 않아서,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만을 무장하고 살아갑니다. 그 단편적인 믿음은, 모순되게도, 어느 때보다도 다양화된 각종 미디어로 전파되고, 같은 알고리즘을 공유하며 점점 강화됩니다. 결국, 어느 세대보다도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창조적인 세계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사고에 갇혀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보다 가치 있고 인간적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 모두의 결단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결단과 노력의 현장에서 비켜설 수는 없다고 믿고, 아직 많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다행인 것은,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잃고 좌절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스펙과 이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서 자신을 매력적으로 브랜딩하여 특색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생존 본능적인 차원의 욕구가 발휘된 것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내면의 깊은 감정과 생각들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자신을 끼워 맞춰서 팔고 있다는 점은 애처롭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을 가치 있어 보이는 형태로 조각하는 데만 몰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 있고 인간적인 세계는 ‘주관적인 세계’입니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오직 허무함만을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의미 부여의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한 나’만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우선 ‘나 자신’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하는지" 등, 돈이라는 수단을 활용해서 의미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삶의 의미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고, 오로지 내가 바라보는 세계만이 의미 있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되찾아야 합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자신으로 향하는 길의 목적지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마음은 ‘생각과 감정’이며, 그 순수한 마음에 도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순간과 그 생각을 말로 내뱉는 순간, 슬픔을 느끼는 순간과 눈물을 흘리는 순간은 모두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표현하는 순간에만 자신의 마음과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량은 적지만 글을 쓰려는 욕구는 가장 큰 세대가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서 정말 많은 글을 써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월간지로서 『아름세계』를 창간하기로 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제 나름의 판단과 신념에 근거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세대가, 다양한 수단으로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만났다는 점은 희망적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심각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순수한 감정과 생각의 예술적 표현'에만 집중하는 월간지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제 필명을 제목으로 한 월간지에서 먼저 저의 마음 세계를 펼쳐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아름세계』를 창간하기로 한 뜻이 이상과 같은 곳에 있는 만큼, 마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글’이라는 표현 수단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몸’은 마음을 억누르기 쉽고, ‘말’은 마음을 다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글’은 가장 안전한 표현 수단으로, 열나는 마음이 식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쓰는 동안 마음의 증기가 걷히고, 깨끗한 마음만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저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쇼맨십을 강요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글이라는 안전한 수단을 통해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의미 있게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존중받도록 하는 것이 『아름세계』의 기조를 이룰 것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 이 월간지의 시작은 제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나가겠지만, 풍요로운 결실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러한 저의 뜻을 이해하시고, 새로 출발하는 『아름세계』에 대하여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저의 세계에 담아보고 싶은 모든 분을 언제나 조건 없이 환영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ㅣ오늘의 사진ㅣ
이탈리아
예약 시간이 지나 두오모를 오르지 못하고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 찍은 피렌체 풍경. 오히려 좋았다.
피렌체의 골목에서 감격하는 세 여인을 보며 괜히 나도 흐뭇했다.
“그러니까 너는 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거잖아? 그럼 그냥 순간순간 경험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적어 봐. 수필을 읽는 독자들은 강아름이라는 사람 자체를 궁금해하는 거야. 그렇다고 네가 너를 설명할 필요는 없어. 순간순간 존재하는 감정과 생각이 결국 강아름이야. 수필은 공부하려고 읽는 게 아니야. 글을 통해 작가와 만나고, 작가를 통해 나와 만나기 위해서지.”
셀프 브런치 플레이팅 / 강아름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가니 연인이 참 많았다. 외로움과 낭만을 동시에 느꼈다. 다음엔 낭만만 즐기고 싶다.
동행들과 간 루프탑 카페에서 처음 피렌체 대성당을 봤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집에 와서 제복을 벗고 샤워를 하다 쓰라림을 느낀다. 아야. 이게 뭐지. 아, 너구나. 그래, 아까 소개도 못 했지. 무뎌졌을 줄만 알았던 '또 다른 내'가 피딱지를 뜯으며 건재함을 알린다. 피딱지 사이로 슬쩍 고개를 든 '솔직함'이 아프지만 반갑다. 얼른 샤워를 마치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열 손가락으로 펜을 두드린다.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 소개하기!"
글을 쓴다는 것 / 강아름
시에나의 캄포 광장에서 느낌있게 레드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취해버려서, 여느 주민들처럼 광장 바닥에 누워 찍은 사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로 꼽히는 트레비 분수에 실망한 마음을 귀여운 두 자매가 달래주었다.
지하 1층에서 '앤티앤스(Auntie Anne's)'를 발견한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고 침이 가득 고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레즐 브랜드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몬드 토핑이 올라간 스틱 모양의 빵 안에 크림치즈가 잔뜩 든 스틱 프레즐이다. 한입 베어 물자, 오돌토돌한 아몬드 토핑과 쫄깃한 빵, 그리고 흘러나오는 달고 짭짤한 크림치즈가 내 뇌를 정복한다. 복잡하던 생각과 요동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프레즐을 향한 욕망만이 가득하다. 크림치즈가 내 혈관에서 흘렀으면 좋겠다.
도망가자, 그리고 돌아오자 씩씩하게 / 강아름
2시간이나 줄을 서서 10분밖에 못 본 아카데미아 미술관. 그럼에도 다비드에 서려 있는 위엄은 지나칠 수 없었다.
어떻게 돔의 한가운데를 뚫어버릴 생각을 했을까. 판테온이 무료 입장이라는 것이 더 놀랍긴 했다.
메모장에 계획을 입력하는 내 손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피규어 뮤지엄, 각종 팝업 스토어, 친구와의 약속까지, 크리스마스를 알차게 채운다. 참, 인생이 살기 어렵다는데 놀기 위한 계획이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할 테다 / 강아름
Ed Sheeran의 Perfect를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가던 길을 멈췄다. 한 무리가 훅을 따라 부르자, 모두가 합창하기 시작했다.
로마 명품 거리 바닥에서 그림을 그리던 장인. 수많은 사람들에 굴하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던 그를 장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다른 가수와 달리 서리님은, 새로운 노래를 항상 기다리지만, 모순되게도 재촉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항상 공존합니다. 오래 기다렸을 때 항상 좋은 노래를 가져다주셔서인지, 서리님의 생각과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는 음악이 나올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주고 싶어서인지, 지치지 않고 오래 꾸준히 활동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감정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리에게 / 강아름
아름세계
2024년 창간호
7월 4일 (목)
신작 에세이
셀프 브런치 플레이팅 ㅣ 강아름
7월 8일 (월)
짧은 생각
글을 쓴다는 것 ㅣ 강아름
7월 11일 (목)
시
봄 ㅣ 강아름
7월 15일 (월)
신작 에세이
도망가자, 그리고 돌아오자 씩씩하게 ㅣ 강아름
7월 18일 (목)
신작 에세이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할 테다 ㅣ 강아름
7월 22일 (월)
시
초승달 ㅣ 강아름
7월 25일 (목)
편지
서로가 서리에게 ㅣ 강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