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야수

2025년 창간호

by 강아름
잠든 꽃, 깨어난 야수

1908년의 청년은 찬란한 미래를 위해 꿈꾸었다.
2025년의 청년은 처절한 생존을 위해 깨어났다.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숲속에서,
청춘은 여전히 두 개의 얼굴을 품는다.


1908년, 발터 벤야민은 청년을 ‘잠자는 미녀’라 불렀습니다. 그들은 미완의 계절 속에서, 눈을 감고 미래를 품은 꽃봉오리였습니다. 나라의 운명과 민족의 숨결은 이 봉오리를 깨우는 데 달려 있었고, 혁명의 바람과 독립의 햇살이 그들을 불렀습니다. 환영받은 청년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습니다. 민주화의 함성, 새벽의 낭독회, 다친 손바닥 위에 놓인 낡은 펜과 피 묻은 깃발.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부여한 역할이었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자, 꽃은 다른 모습으로 피어났습니다. 오늘의 청년 손에는 혁명의 깃발 대신 월세 계약서와 이력서가 들려 있습니다. 꿈을 외치던 나팔 소리는 면접관의 압박 앞에서 작아졌습니다. 삶은 여전히 투쟁이지만, 그 투쟁의 이름은 ‘생존’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의 세상은 깨어남을 축복하는 왕국이 아니라, 생존을 끝없이 시험하는 숲입니다. 그들은 잠들지 않습니다. 아니, 잠들지 못합니다. 취업의 벽과 주거의 불안, 관계의 무게를 건너며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눈을 뜬 채 버틸 뿐입니다. 이 숲속에서 청년들은 ‘야수’로 불립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긴 상처, 반복된 좌절, 설명되지 않는 분노와 권태를 끌어안은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보호막이 사라진 이곳에서 그들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을 왜곡하지 않는 정직한 언어입니다.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되, 흉터와 결핍까지 포함한 자기 자신을 책임 있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야수들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며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괴물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모두가 모두에게 중요한 존재임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과 현실이 뒤섞인 이 숲속에서, 저를 포함한 청년들의 복잡한 감정과 천천히 풀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서량은 적지만 글을 쓰려는 욕구는 가장 큰 세대가 이미 수많은 플랫폼에서 글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새로운 계간지로서 『깨어난 야수』를 창간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판단과 신념에 근거합니다. 마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글’이라는 표현 수단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몸’은 마음을 억누르기 쉽고, ‘말’은 마음을 앞서가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반면 ‘글’은 속도를 늦추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매체입니다. 쓰는 동안 감정의 증기가 걷히고, 남은 마음만이 하나의 문장이 됩니다. 『깨어난 야수』는 자기 자신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쇼맨십을 요구하기보다, 글이라는 안전한 수단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의미 있게 표현하여, 서로에게 수용되고 존중받는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께 기고를 요청드릴 예정이며, 이번 창간호이자 겨울호에도 한 분의 브런치 작가님(시인님)께서 응원의 마음을 담아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새로 출발하는 『깨어난 야수』에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리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이 세계에 담아보고 싶은 모든 분을 언제나 조건 없이 환영합니다.

함께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ㅣ오늘의 작가ㅣ

임하연


① 사진을 선택한 이유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고 자연스럽게 찍힌 것입니다.


② 발간될 글

양파 ㅣ 시 ㅣ 1월 18일


③ 에디터가 꼽은 한 문장

"나를 가르고 저미는 너희는

무슨 속죄라도 하는 양 눈물질이냐"




ㅣ오늘의 사진ㅣ

태양



"그래서, 당신과 그 방에서 차를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일어나 자기의 걸음 속도를 되찾을 때까지 맘 놓고 주저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샹들리에나 은촛대보다 약한 빛으로도 충분한 곳. 설명되지 않아도, 마음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방이니까요."

왜 상담을 택했죠? / 강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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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급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길은 비어 있었고, 낮은 지붕들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지나갔다.
술집 간판 몇 개가 아직 불을 켜지 않은 채 늘어서 있었고,
이곳은 마치 하루를 미루기로 합의한 동네처럼 조용했다.

도착이 중요하지 않은 도시, 영천 / 강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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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숙소에서 처음 쓰러졌을 때도 그랬다.
철제 침대와 낮은 천장, 군홧발 소리. 숨이 막혀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그는 본능처럼 커튼을 걷고 창문으로 달려갔다. 그날 본 하늘도 이렇게 붉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아름답다는 감정이 들었다.

커튼콜 / 강아름




깨어난 야수

2025년 창간호


12월 28일 (일)

단편 소설

왜 상담을 택했죠?ㅣ강아름


1월 4일 (일)

서사 에세이

도착이 중요하지 않은 도시, 영천ㅣ강아름


1월 11일 (일)

단편 소설

커튼콜ㅣ강아름


1월 18일 (일)

양파ㅣ임하연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