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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아름세계 2024년 창간호 ㅣ 시 ㅣ 강아름

by 강아름


검디검은

가로등 하나 없어

무서운 밤이면,


하늘을 본다.


오늘은 초승달.


사람들은

보름달이 예쁘다지만,

난 왠지 부담스럽다.


마음을 주기엔

너무 밝은 탓일까.

너무 동그란 탓일까.


꼭 찌그러진 캔 같은

약간 열린 방문 같은

초승달은


하늘의 어둠을 슈퍼빌런으로 만들어

자기도 검어지지 않으려

꿋꿋이 빛내고 있다고...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고...


검디검은

가로등 하나 없어

무서운 밤이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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