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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Jan 16. 2021

여행하듯 일상을 사는 것의 묘미

해방감과 특별함이 주는 작은 행복

오늘 아들과 함께 처음 미국으로 이사 왔을 때 자주 갔었던 해변에 다녀왔다. 문득, 모든 게 두려웠지만 설렜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미국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도, 갑자기 전업주부가 된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도 전혀 알지 못했던 그때. 그리고 하루빨리 미국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조급함 등으로 마음이 복잡했던 그 시절, 한 가지 굳게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절대 익숙해지지 말아야지."


적응하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적응과 익숙함은 결이 다소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국 서부로 갓 이사 왔을 때의 난, 이곳의 사계절 따뜻한 날씨, 지척의 유명 여행지들, 여유로운 사람들, 뒤뜰이 있는 넓은 집, 산책을 하던 유명 해변 등 한국에서는 쉽게 누리지 못했던 것들에 감사하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특별함은 무뎌지고 그저 예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사회 시스템에 적응해가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이 주는 행복감에 익숙해져 점점 감사한 마음을 잃어갔고, 예전 한국에서의 보통의 일상에서 느끼던 것과 같은 불만, 좌절감 등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토록 원하던 여유와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야자수 가득한 해변으로 가는 길

그런 나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여행하듯 일상을 살기로. 계속 행복하기 위해서, 언젠가 이곳을 떠난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여행을 하다 보면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많은 것들에 관대해지곤 한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인지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고자 한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미국 생활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 중 맞이하게 되는 공항이나 관광지에서의 긴 줄, 블로그와는 달리 '맛' 없는 맛집, 불친절한 상점 직원 등에도 "여행 왔으니까. 이럴 때 경험해보는 거지. 다시 볼 사람 아니니까." 하며 웃어넘기는 것처럼, 불쾌하고 불편한 것들을 관대한 마음으로 넘기며 지내기로. 그리고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하나에도 감사해하며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시간을 쪼개어 여행지를 만끽하는 여행자들처럼, 내 주변을 꽉 채우고 있는 멋진 주변 환경을 열심히 탐색하고 경험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판데믹이 약간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ㅎㅎ


과연 모든 게 이미 익숙해져 버린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을 이어가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훗날 한국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연습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본다. 이젠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던 그때, 회사를 떠나기로 남몰래 마음먹고 지냈던 적이 있었다. 마치 여행지에 온 여행객처럼 한 발짝 떨어져 나의 회사생활을 보니, 매일 닥치는 골치 아픈 상황에도 관대할 수 있었고, 불편했던 사람도 인연이라 느껴졌다. 


내 마음만 조금 바꾸면 해방감과 특별함이 주는 작은 행복들 속에 파묻혀 살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오늘의 당신도 나도, 여행하듯 일상을 사는 것의 묘미를 놓치지 않길.


"Happiness is not something readymade. It comes from your own actions" - Dalai Lama

(행복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행복은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온다,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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