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바이러스에게 빼앗긴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메르스의 공포를 뚫고 태어난 아들이 짧디 짧은 인생의 1/5을 또 다른 바이러스를 피해 집에 갇혀 지냈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아직 어려서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더 이상은 아닌 듯하다.
어느 날 집안일을 하던 나에게 날아온 아들의 쪽지.
"나 떠날게"
처음엔 웃어넘겼다. 어디 가냐고 #날떠나지마 하며 장난처럼 붙잡았다. 그런데 다시 그 쪽지를 받았을 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들이 말한다. 인생이 계속 똑같다고.
나름대로 안전한 선에서 다양한 세상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는 아이에게 내가 보여준 세상은 좁고 지루했나 싶다.
무엇보다 엄마가 대신해줄 수 없는 친구와 만들어가는 그들만의 세상이 가장 아쉽다. 물론 지금 당장 친구들에게 연락해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시국에 맞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어렵다. 엄마도 이런 세상이 처음이라...서툴러서 미안해.
지난 1년 간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들을 위해 또 다른 시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을 계속 지켜야 할까, 아님 닫혀가는 아들의 마음을 먼저 지켜야 할까?
그나저나 이번 주말엔 뭐할까,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