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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Jun 09. 2021

오늘 왜 이렇게 예뻐?

나 아닌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갓 출산한 아기 엄마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출산 후엔 각종 호르몬 덕분에 원치 않는 붓기와 푸석함이 찾아오고, 육아로 바닥나버린 체력 덕분에 외모 가꾸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곤 한다.


첫째 출산 후 끝끝내 빼지 못한 3kg에 한이 맺혔던 나는 둘째를 임신한 기간 내내 먹는 것을 조심하며 체중을 많이 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출산 후 임신 중 참았던 식욕이 폭발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모유수유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정당화해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과자와 초콜릿을 많이 먹어버렸다. 흑흑.


그럼 그렇지, TV나 SNS에서 보는 날씬한 아기 엄마들은 먼 나라 이야기지. 끌끌 대는 중에 나한테 안겨 있던 아기가 먹은 우유를 왈칵 토해낸다. 푸석한 얼굴에 아기 토 냄새까지 추가요.

이런 날들이 두 달째 이어지니 이 상황에서 탈출해야겠다 싶어 한다는 게 고작 온라인 쇼핑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머리 집게핀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길어버려서 여기저기 걸리적거리는 머리카락을 한 번에 해결해줄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니 주문해보았다.


어느날 저녁, 배송받은 집게핀으로 머리를 올려 정리한 후 둘째에게 수유를 하고 있는데 첫째 아들 녀석이 지나가며 무심히 한 마디 던진다.


“엄마, 오늘 어디 가?”


왜?라고 물으니

예뻐서. #오늘  이렇게 예뻐?”란다.


순간 진짜 예뻐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잠시 행복했다.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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