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하나인데 아이는 둘, 어떡하지?
둘째 아이 출산을 한 달 앞둔 지금,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다시금 느끼고 있다. 모든 일은 반복을 통해 쉬워진다고 믿었는데 임신과 출산은 예외인 듯하다. 첫째 때는 없었던 입덧으로 신세계를 경험했고,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아이 성별에 대한 압박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먹은 나이 때문에 어느새 변해버린 내 몸을 탓하며 임신기간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무엇보다 첫 임신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나에게 첫째 아이가 있다는 것.
임신 안정기에 접어든 후, 첫째 아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소식을 전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기뻐해 주던 착한 아들. 엄마도 귀찮아서 안 만든 산모수첩을 정성껏 만들어 주고, 아빠도 쑥스러워 잘 못하는 태담도 해주며 동생을 잘 기다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얼마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잠은 혼자 자겠다며 독립하듯 안방을 떠났고, 학교 수업도, 숙제도 모두 혼자 하겠다며 엄마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일에 서러워하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이맘때쯤 겪는 "내가 할래" 병이 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아들 녀석 마음속의 변화가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고, 선생님은 동생이 태어나는 것이 아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을 거라 말씀하셨다.
동생이 생긴다고 좋아했는데? 본인이 다 보살펴줄 거라고 신나 했는데?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한두 달 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선생님의 직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무거워지면서 첫째 아이와 함께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줄었고,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늘 분주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아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이젠 내가 혼자 알아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구나.’라고 생각했을지도. 아니면 ‘이젠 엄마한테 예전과 같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들은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아직 아들은 고작 5살의 어린아이. 그러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테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이 아들을 짓누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너무 시리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들이 질투한다더라"와 같은 걱정 섞인 말들을 들으면, 내 아들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다르다. 질투가 아닌, 타고난 책임감으로 본인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남은 한 달 동안 상처 받은 첫째 아이의 마음을 최대한 보듬어주고 싶은데, 둘째가 태어나도 첫째에게 예전과 같은 사랑을 주고 싶은데...자신이 없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버거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아들의 작은 마음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아들이 동생의 탄생으로 자신의 세상이 한 뼘 더 넓어지는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엄마는 처음이라 서툰 내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