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선진국이잖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된지도 어느덧 2년. 미국에 오기 전 난, 막연히 미국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무지에서 오는 동경이랄까.
어수선한 시국 덕분에 미국의 진면목을 보기 힘들었어서인지 아직 정치나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딱히 찾지 못했다. 하지만 몇몇의 미국 사람들에게서는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실마리 #1 :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미국으로 오면서 가정주부가 된 나는 혹시나 나의 삶이 무료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첫 1년을 보낸 나의 감상을 요약하자면, "무료할 틈이 없네" 정도가 되겠다.
새해, 발렌타인데이, 부활절, 마더스데이, 독립기념일, 노동절, 할로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등
뒤돌아서면 축하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자꾸 생긴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그냥 공휴일, 명절 몇 개 챙기는 게 뭐 대수라고?" 할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챙겨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대하는 이들의 태도이다. 가을이 되면 집집마다 안팎으로 가을 분위기의 데코레이션을 하고 10월 말의 할로윈과 11월 말의 추수감사절을 기다린다. 매년 완벽하게 짠! 하고 데코를 완성하는 집도 있겠지만, 매년 하나둘씩 크고 작은 장식품들을 모으며 추억을 더해간다. 나도 올해는 짧은 여행 중 산길에서 주은 솔방울 몇 개와 내가 직접 그린 작은 그림을 우리 집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컬렉션에 더했다.
매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날들이지만, 특별한 날들로 만들 것인지 무의미한 날들로 흘려보낼 것인지는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
실마리 #2 : 나름의 이유가 있는 높은 자존감
어릴 적 발레를 배웠던 나는 여가 시간이 생긴 참에 미국에서도 발레를 해보려고 학원을 등록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운동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출산 후 다이어트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나는, "이 몸뚱이로 부끄러워서 어떻게 발레를 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학원 문을 열었다.
그러나 30분도 지나지 않아 그런 고민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고 내 고민의 포인트가 크게 잘못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간 발레 학원에는 적어도 50대 중후반은 넘으셨음직한 여사님들이 여럿 계셨는데 수년간 꾸준히 발레를 해오셨다고 했다. 화려한 발레복도 프로페셔널한 동작도 없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얻어진 수많은 잔근육과 꼿꼿한 자세가 눈길을 끌었다.
그분들과 시간을 보내며 느낀 점은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여질지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얼마나 실천해내고 있느냐로 나를 평가하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평가에 맞춰 당당한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곳 사람들도 천차만별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그 가치에 맞춰 삶을 살고 있는가?
질문의 답을 찾으며 난 이제 자존감 거지에서 자존감 부자로 변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