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처음으로 학교 가던 날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그중의 반은 코로나 덕분에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말이다. 지난 1년 중 가장 아쉬웠던 건 바로 아들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온라인 수업만으로도 놀랍게 성장해주었지만 학교 현장에서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들의 1년여 만의 첫 등교는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이곳 교육청에서 여름방학 동안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었고, 오늘이 대망의 첫날이었다. 본 학기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 써머스쿨은 대면 수업으로 듣게 된 것이 어딘가 아이러니 하지만 이제라도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 이렇게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여느 때 같으면 방학 중에 하는 수업의 첫날이 뭐 그리 특별하겠냐만은 오늘은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가족들에게 의미가 있는 날인 듯 보였다. 내 마음이 투영된 것일까, 마스크 너머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상기된 모습으로 학교 교문 앞에 줄지어 서있었다. 교문 앞에서 아들 손을 놓으며 들여보내는데 인사를 하는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가슴에 꽂힌다.
2년 전, 아들이 빨리 영어를 배워 이곳 생활에 적응했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에, 영어가 뭔지도 잘 모르는 어린 아들을 급하게 어린이집에 보냈던 그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참을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던 아들. 언제 이렇게 커서 울지도 않고 엄마 손을 한 번에 놓아주니.
아들을 학교에 두고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자꾸 뒤에서 나를 부를 것만 같았다. 벌써 교실로 들어가서 안 보인다고, 그만 가자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집에 오긴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바빠서 뜸했던 글을 써볼까? 밀린 잠을 자볼까? 고민하다 결국 한다는 게 집안일이다. 그래야 오랜만에 엄마, 아빠품을 떠나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할 아들에 대한 걱정을 좀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벌써 하교시간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침 등교 때처럼 교문 앞에 부모들이 줄지어 서있다. 몇몇은 카메라를 켜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그들에게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던 것이다. 저기 멀리 아들이 온라인 수업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어색하게 같이 줄을 서있는 게 보인다. 귀염둥이들. 그렇게 4시간 만에 만난 아들을 부둥켜안은 나는 100 가지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돌아온 “엄마는 왜 이렇게 내 학교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아?”라는 아들의 질문에,
“엄마도 학교에 가고 싶어서.”라는 이상한 답으로 아침 내내 걱정했던 마음을 숨겼다.
이렇게 우리의 뉴노멀이 시작되었다. 또 언제 코로나 상황이 나빠질지 모르지만, 이제 지난 1년 동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게 빼앗겼던 보통의 일상을 이전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되찾으려 한다. 설렘과 두려움의 두 가지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이번 여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