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완성 자서전 Jul 09. 2021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접촉자가 되었다

1년 넘게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듣던 아들이 오프라인으로 등교한 지 갓 2주가 되던 어느 날,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자녀분 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확진자와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었던 아들을 포함한 가족 전원이 10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최대한 빨리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와 함께.


‘이제 겨우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시작해보려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행여나 아들 녀석이 아프게 될까 봐 걱정되는 마음과 최소한의 일상도 허락하지 않는 현실에 속상한 마음이 몰아쳤다.


또 다른 문제는, 며칠 전 팬데믹 이후 일 년여 만에 지인 두 가족을 연달아 만났다는 것 (어른들은 모두 백신 접종을 끝냈다.) 교육청에서 안내해준 전염 가능 일자에 등교를 한 직후 모임을 했기 때문에 잠복기를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두 가족에게 바로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그리고선 집 주변에서 최대한 빨리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을 검색해보니 다음날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꼬박 하루를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릴 수는 없어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사 왔다.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증상이 없고 음성인 경우에는 정확도가 95% 이상이라고 하니 믿고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 녀석은 생애 첫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어른들도 불편한 검사를 갑자기 아이에게 받으라고 하니 순순히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아들은 팔을 잡은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냅다 달려가 아끼는 인형을 들고 온다. 그리고는 한 손에는 인형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아빠의 팔을 잡고 “아파! 숨 막혀!”를 몇 번 소리치니 검사가 끝났다.


검사 키트 설명서에는 15분 후 결과를 확인하라고 쓰여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15분 동안 최소 열 번은 들여다본듯하다. 15분이 지났다는 알람과 함께 검사 키트를 다시 확인하던 그 순간! 어찌나 떨리던지.


다행히 결과는 모두 음성!

신속항원검사 결과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모임을 했던 지인 가족들에게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결과를 알렸다. 지인도 팬데믹 이후 워낙 조심하며 지내온 터라 내 연락에 얼마나 놀라고 걱정하며 검사 결과를 기다렸을지 짐작이 가 더욱 미안했다. 코로나를 통해 새삼 서로가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두세 시간을 보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데 교육청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추가 조사 결과, 자녀분은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내일부터 등교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왜 갑자기 말이 바뀌어?

그리고 같은 교실에서 반나절씩 이틀이나 같이 생활했는데 밀접 접촉자가 아니라고?


미국 CDC (질병관리센터)는 확진자와 2m 이하의 거리를 두고 15분 이상 접촉 시 밀접 접촉자로 분류한다. 아무래도 아들과 확진자 학생의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당장 다음날부터 등교를 시켜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한국 뉴스를 검색해보니,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통 같은 반 학생 전원이 등교를 중단한 후 밀접 접촉자는 자가격리를, 나머지는 능동감시를 한다고 한다. (같은 반 학생 전원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었다.)


뭐가 맞을까?


전문가들이 고심하여 세운 의학적, 통계적 기준에 근거하여 등교 지침을 안내해준 거겠지만 난 아직 나의 보수적인 기준을 버리고 그들의 기준을 따를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그렇게 아들은 다시 한번 학교에서 멀어졌다.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이 무엇인지 상기하게 되었다. 우리가 예전의 일상을 되찾으려 할수록 그날과 같은 일들과 더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면, 어떻게 더 잘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처럼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지에 대해 희미한 생각을 가진 채로는 혼란만 커질 것이다. 더 이상 “-할까 봐” 하는 걱정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이 일관된 방향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한 마음과 의사결정의 지표가 되어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찾아야 한다.


아들, 곧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 다행히 다음날 받은 PCR 검사도 모두 음성이었다

검사 하루 반나절 만에 받은 PCR 검사결과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뉴노멀 첫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